전주 안전성 확보 외 이용료 수익 창출 강화…두 마리 토끼
기간통신사 등 한전 전봇대 38만개에 통신선 무단 설치
한전, 2027년까지 4년간 약 4만㎞ 제거 추진·법적 대응
한국전력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전국 곳곳에 설치한 전주(전봇대)에 무임 승차한 통신선을 사실상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4년간 제거키로 한 무단 가설된 통신선 길이는 지구 한 바퀴 둘레와 맞먹는 약 4만㎞에 달한다.
이 같은 조치는 시설 기준에 미달한 통신선 제거를 통해 전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우선이지만 만성적인 적자로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야 할 만큼 경영에 비상이 걸린 한전 입장에선 '전봇대 이용료 징수'를 통해 수익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통상 전봇대 하나에는 맨 위로 고압전선 등이 지나고 중간에서 하부는 초고속 인터넷망, IPTV망, 지역방송 케이블 등 평균 8개의 통신선이 얽히고설켜 있는 실정이다.
간혹 크레인을 장착한 특수차량 등이 축 늘어진 통신선에 걸리면 전봇대 수 개가 동시에 넘어지면서 그 일대 도로가 마비되고 정전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26일 한전에 따르면 전봇대는 전력공급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전이 전체 비용을 들여 설치한 자산이다.
전봇대 하나를 세우고 유지하는 과정에선 제작비, 운반비, 설치공사비 외에도 매년 지자체 등에 전봇대가 점용하는 토지 사용료까지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전봇대 하단에 가설된 각종 통신선은 무단으로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한전 전봇대를 이용하기 위해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한전과 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평균 9624원(한 가닥 기준)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절차는 '협약체결→사용신청→기술 검토→사용승인→시공→준공' 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협약을 체결했다고 통신사가 한전 전봇대를 무작정 이용할 수는 없다. '전봇대 강도', '통신시설 기준' 등 기술적인 안전성이 먼저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전은 전봇대에 설치된 통신선이 시설 기준에 미달하거나 안전에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통신사 등에 시정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시정 조치율은 2019년 84%까지 상승했던 것이 2023년은 63% 수준까지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전이 무단 통신선 일제 정비에 나서게 된 중요한 이유다.
한전이 자체 파악한 결과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17만개의 전봇대 중 통신선이 설치된 전봇대는 411만개로 이 중 약 10%에 해당하는 38만개에 통신선이 무단으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사업자별로 무단 설치한 통신선은 일반통신·방송사업자가 36만702가닥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SKB-14만7117가닥, KT-12만78가닥, LG유플러스-8만8613가닥, SKT-7만8085가닥 순으로 파악됐다.
방범용 CCTV 등을 설치해야 하는 지자체와 경찰 등 공공기관의 무단 설치 통신선도 3만8759가닥으로 확인돼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 시스템' 유지를 위해선 한전과의 협약체결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봇대에 무단으로 설치된 통신선을 지속해서 정비할 방침"이라면서 "통신선을 무단으로 설치하거나 시설 기준을 위반하고도 조치하지 않는 통신사 등에 대해서는 법적조치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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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