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전남대·조선대병원 일주일째 비상 체계
2차 병원 19곳 병상가동률 평균 80% 초반…최고 90%대도
중환자 병상 한자릿수 "한계 임박"…전임의·인턴 이탈까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일주일째 상급종합병원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가중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3차 의료기관 퇴원·전원 환자를 넘겨 받은 2차 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평균 80%대를 넘겼고, 일부 병원에선 중환자실마저 포화 위기에 처하면서 연쇄 과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은 일선 핵심 인력이었던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이탈 이후 줄곧 일주일째 비상 진료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응급 또는 기존 예약 수술만 진행하고 있고, 비응급·경증환자는 조기 퇴원 또는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하고 있다.
신규 입원 역시 중증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받고 있다. 각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평소보다 최대 35%가량 떨어졌다.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능인 응급·위중증 환자 진료에만 인력을 집중해도 버거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신규 입원해야 하는 중환자 중 일부는 규모가 큰 2차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 전남대·조선대병원을 빼고 응급의료기관 지정 병원(2차 병원) 19곳의 일반 병동 병상가동률은 평균 80%를 넘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병상 가동률이 가장 높은 병원은 90%를 넘겨 포화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차 병원에서는 병상이 많지 않은 중환자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제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종합병원에는 요양병원 입원 도중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이송되는 등 중환자실이 붐볐다. 이 병원의 중환자실 내 23개 병상 중 18개 병상은 이미 찬 상태다. 여유 병상은 5개 밖에 남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은 기존 12개 병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 병원에서 중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2차 병원으로 많이 밀려 오고 있다"면서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악화돼 오시는 분들이라서 받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병원 사정상 중환자실을 늘릴 수도 없고, 숙련된 간호사 등 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광산구 소재 또 다른 병원 역시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환자실 12개 병상이 모두 가동 중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이제 여력을 다 해간다. 응급실 입원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길어지면 중환자 등 위급한 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3차 의료기관인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는 전공의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초부터는 전임의·수련의(인턴)까지 이탈할 조짐이 나타나며 위기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전남대병원 본·분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319명 중 27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200명 이상이 출근하지 않거나 급한 업무만 처리하는 등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13명이 복귀 명령 불이행 대상자로 최종 확정됐고 이들 모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핵심 인력 중 하나인 전임의들도 속속 병원을 떠나겠다고 나섰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숙련도가 높은 전임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비상 진료 체계의 일선을 지탱해 온 핵심 인력이다.
조선대병원에서는 근무 중인 전임의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했다. 재임용 포기 의사를 번복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다음 달인 3월부터 병원을 떠난다.
전남대병원 역시 오는 29일까지 전임의들에게 재계약 의사를 확인하는데 상당수는 다시 계약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부터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며 부족한 일손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턴들도 대거 임용을 포기했다. 전남대병원에 입사키로 했던 인턴 예정자 101명 중 86명(85%)이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신입 인턴 36명이 모두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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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