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주사제 투약한 동물병원 의사…대법서 무죄

1심 선고유예→2심 무죄

유통기한이 만료된 주사제를 투약한 동물병원 의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8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약사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유효기간이 지난 동물용 주사제 '킹벨린'을 판매 목적으로 병원 내 저장·진열하고, 1회에 한해 6000원을 받고 진료 목적으로 주사했다.

약사법 제85조의 9항 2호에서는 동물용 의약품등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령에서는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변질 또는 오손된 동물용의약품등을 판매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저장, 진열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는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로 판단했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범죄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다만 2심에서는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약사법에서 명시한 '판매'와 주사제를 주사하는 '진료'행위는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동물병원의 개설자가 진료만 하고 사전적 의미의 의약품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주사제인 의약품을 주사하는 진료는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이 사건 규칙이 주사로 인한 주사제 투약 등 진료에 수반되는 투약 행위까지 의약품 판매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면 굳이 약사법 제85조 9항 '동물병원' 앞에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약사법 제85조의 다른 항 역시 위와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며 "동물병원 개설자의 의약품 구입 행위에 관해 규정한 약사법 제85조 제4항은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와 의약품을 '진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구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가 향후 진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유효기한이 경과한 주사제를 자신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내 조제공간에 저장·진열한 행위를 가리켜 약사법위반죄의 '판매를 목적으로 유효기간이 경과한 동물용 의약품을 저장 또는 진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