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갑자기 요건 맞는 휴학계만 집계
휴학 참여 중 의대생, 75%인지 28%인지 혼란
1주일 지나서 지적 나오자 "지난 것은 지난 것"
윗선 의식해 의도적으로 수 축소? 의구심 제기
개강연기 현황 집계 의지 없고 '책임 떠넘기기'
교육부가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 현황 집계 기준을 아무런 근거나 설명 없이 변경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학기에도 대학의 학사 일정 차질이 무기한 길어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칙상 유효하지 않은 휴학계 수치는 제외하면서 '통계 축소'라는 시선도 나온다.
교육부는 '학사 일정은 대학의 몫'이라는 입장만 밝히면서 개강연기 현황은 집계하지 않는 채 장관이 정상 수업만 압박하고 있어 책임 회피론까지 나올 조짐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8일부터 학칙상 휴학 요건을 갖춘 일일 휴학계 접수 건수와 누적 휴학계 통계를 공개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
이 통계는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예고했던 지난달 20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있는 날마다 문자메시지 공지로 알리고 있다.
그 규모도 지난달 19일(집계 기준) 1133명, 지난달 20일 7620명 등 매일 수천명 규모를 보여 왔다.
이에 지난달 27일까지는 전날까지 제출된 휴학계를 합해 누적 1만3189건으로 의대생의 전체 70.2%가 휴학계를 제출했다는 계산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돌연 "전날까지 형식 요건을 갖춘 휴학계는 누적 4992건으로 의대생의 26.6%에 해당한다"고 방식을 바꿨다.
그러면서 종전에 접수됐던 휴학계 중 몇 건이 형식상 요건에 맞지 않아 일괄 반려됐는지, 그 중 의대생이 자진해 철회한 것은 몇 건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휴학 의사를 표명한 의대생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27%인지 70%인지 정부의 공식 통계를 살펴봐도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1주가 지난 뒤 '요건에 맞지 않는 휴학계를 집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교육부 대변인을 겸하던 박성민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4일 이같이 설명하면서 "어차피 수업 거부나 (수업에) 안 들어오는 학생은 학사관리가 이뤄지며 출결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 지난 것은 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계 방식을 바꿨지만 학칙상 형식 요건을 갖춘 휴학계의 누적 접수 건수도 매일 늘고 있다.
집계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달 26일 4880명, 27일 4992명, 28일 5056명, 지난달 29일~3월2일 5385명, 3일 5387명, 4일 5401명 순으로 매일 늘고 있다.
수업거부가 발생한 대학 수도 지난달 26일 6개교에서 이달 4일 8개교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확한 통계를 공표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불요 불급하게 대학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고등교육법상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근거로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개교 전체에 공문을 보내 현황 제출을 요구한 것은 교육부였다.
만약 공표할 통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관리 감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무능한 것이고, 보다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는데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의대생 움직임을 축소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의대생 휴학 규모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학생들이 휴학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데 학칙 요건에 상관 없이 그 행위 자체도 의미가 있다"며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학생들의 의사 자체를 투명하게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대통령과 학생들 사이의 문제고,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문제고 정부에서 난색을 표하니까 (교육부가) 숫자를 약간 마사지한 걸로 볼 수 있다"며 "어찌 보면 정보의 '입틀막'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신학기가 시작된 전날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대 개강 일자도 정하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대·가톨릭관동대(3월18일), 가천대·전남대(3월25일) 등이 개강 일정을 추가 연기했다. 서울대, 한양대 등 전날 학사 일정을 재개한 곳은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강의실이 썰렁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2025학년도 학생 정원 증원 수요조사(3401명) 결과가 공표되며 의료계 반응은 격앙되는 분위기다.
교수들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법원에 제기했고, 사직계를 내거나 강원대 교수들이 삭발 시위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학생들이 무기한 수업거부에 나설 경우 교육부가 명분으로 삼던 학생들의 불이익이 현실화 할 수 있다. 집단 유급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호남권 대학 총장은 "원래 4주가 수업일수 4분의 1 선"이라며 "그 선이 지나면 사실은 이제 (개강연기 등을) 원래 못 한다"고 말했다.
다른 영남권 대학 총장은 "수업 일수가 3분의 1이 안 되면 전부 다 자동 유급된다"며 "대학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도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기를 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마다 개강연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나 기준이 다른 상황이나 교육부 측은 "학사 일정은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집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서 총장들에게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해 달라고 했지만, 정작 실무진들은 현황 파악을 할 의지가 없는 셈이다.
교육부가 의대생들과 대화를 할 의지는 있는지, 사태 해결 대신 축소와 회피, 대학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위원은 "휴학 요건이 되느냐 그것은 나중 문제고, 일단은 '의대생들이 휴학을 많이 했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숫자를 보고 정부의 대처를 판단할 수 있다"며 "숫자를 왜곡시켜 버리면 오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휴학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면 그냥 강경 진압하면 되는 게 아니냐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며 "의대생은 학생이다. 지금은 대화하고 오해를 풀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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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