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지난해 국회에 '총액 줄이겠다' 제출
'물가인상률 이내 관리'도 공언했으나 실패해
고등학교 총액 증가율, 초·중과 반대로 상승해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향 맞아도 다급히 발표
불안감 부추긴 탓…내년에도 불안요인 여전해
사교육비 총액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교육부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갑작스러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과 대입 사전예고제 무력화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성과계획서에서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밝혔다.
2022년 총액(26조원) 대비 1조8000억원(6.9%)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인데, 이날 공개된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3월 김천홍 당시 교육부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사교육비 증가 추세를) 소비자 물가상승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4.5%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3.6%)을 웃돌았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해 역시 물가상승률을 넘어섰다.
교육부가 제시한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사교육비 조사는 지난해 3~5월 및 7~9월 간 월별 사교육비를 각각 같은 해 5~6월과 9~10월에 살핀 결과다.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의 7만4000명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가 끝난 직후, 11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 내용을 대형 학원에서 문제 풀이법을 배워야 풀 수 있는, 일명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실었다.
교육부는 그러면서 내부에 사교육 대응 전담 부서를 가동했고 지난해 6월에는 9년 만에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놨다. 수능 출제위원과 현직 교사의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하고 영유아 대상 학원인 소위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을 점검하겠다는 등 단속에 초점을 뒀다.
국세청도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를 비롯한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듯 했지만 결국 실효성은 없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을 보면, 2022년 6조9651억원에서 2023년 7조5389억원으로 8.2% 높아졌고 참여율 역시 66%에서 66.4%로 0.5%포인트(p) 올랐다.
전년 대비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을 보면, 초등학교는 2022년 13.1%에서 2023년 4.3%, 중학교는 11.6%에서 1.0%로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6.5%에서 8.2%로 오히려 더 상승했다.
수능 수험생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킬러문항 배제 정책의 방향성은 일견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발표 시점이 갖는 부작용이 컸다는 것이다. 차분히 진행해야 할 정책을 너무 급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비를 높이는 요인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 이를 이용한 업계의 불안 마케팅에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교육계,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 지적이다.
특히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는 재수생과 반수생 등 소위 'N수생' 사교육비는 잡히지 않아 특히 높은 대입 사교육비 부담이 축소 집계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분석 브리핑에 나와 "올해 증가 추이를 봤을 때 상당 부분 내년 쯤에는 반드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에도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감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당장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고, 국고사업을 지렛대로 자유전공학부와 같은 '무전공' 모집단위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1년10개월 전에 사전예고 해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줄이도록 하지만, 정부는 동법 시행령을 근거로 이미 확정된 시행계획을 수정하면서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우리나라는 학생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다"며 "그동안의 정부 대책은 학벌사회와 대학서열 등 원인을 잡는 해법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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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