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형사기동대-일선서 형사과 사건 이첩 범위에 '줄다리기'
기동순찰대 지원 출동 놓고 무리한 요구…지휘혼선 우려도
개편 직후 간담회·업무 분장 공지에도 시행 초기 안착 난망
경찰이 범죄 예방·현장 치안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 개편안이 시행 한 달을 넘겼지만 일선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18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기존 인력·업무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현장 중심 치안 실현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안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조직 개편안은 별도 증원 없이 일선 5개 경찰서를 중심으로 중복되거나 남는 각 기능을 통폐합, 인력을 재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현장 치안에 특화된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를 새롭게 운용, 현장 범죄 예방·치안 유지 강화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시행 한 달이 지나도록 일선에서는 기능간 업무 분장을 둘러싼 혼선이 여전하다.
주요 조직 폭력·마약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형사기동대는 일선서와 형사 사건 이첩 여부를 놓고 입장 차가 있다.
총경이 대장을 맡고 79명 규모로 꾸려진 형사기동대는 광주청 내 형사 사건 직접 수사부서를 통폐합하고 일선 형사과 각 팀당 1명꼴로 추가 충원했다.
이에 따라 일선서에서는 형사·강력팀 정원이 줄어든 만큼, 기존에 맡던 관할지역 내 형사 사건의 상당 부분을 형사기동대에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감급인 팀장을 비롯해 팀원이 5명을 넘지 않는 실정에서 2인 1조 외근 업무 편성에도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팀장이 각종 실무를 돕지 않는 팀에선 연·월차 사용마저 눈치 보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재 각 경찰서가 형사기동대에 이첩할 수 있는 사건 범위는 당초 계획보다 확대됐지만, 수사 주체를 정하기 애매한 사건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빚어지고 있다.
형사기동대 내에서도 고충은 크다. 상당수는 산업 안전·의료 분야 사건 사고와 조직적인 마약 범죄 등 전담 수사를 맡고 있는 만큼, 일선서에서 넘어온 각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한계는 있다.
이러한 이견을 조율하고자 형사기동대는 오는 22일까지 5개 일선서를 돌며 사건 이첩·업무 분담에 대한 간담회를 한다.
일선서 형사과 근무 A경위는 "팀장이 실무형 관리자가 아니라면, 절도 사건 CCTV영상 열람을 나갈 외근조(2명) 편성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예전엔 신고조차 안 했을 소액 절도 사건 등이 갈수록 늘면서 부담은 커지는 만큼 일선서 형사들을 차출한 형사기동대가 업무를 더 가져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형사기동대 소속 B경사는 "일선서 형사과에서 여력이 안 된다며 사건은 넘기는 경우가 잦다. 수사 주체를 정할 지침과 관례가 있다고 해도, 직제 시행 초기라서 그런지 의견 대립으로 시끄러운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다중 이용시설·우범 지역 내 가시적 순찰을 도맡는 기동순찰대(12개 팀·97명)도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경찰이 본청 지침을 넘어서는 지원까지 요청하면서다.
기동순찰대는 범죄 예방 순찰 업무 외에도, 일선서와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의 피의자 검거·치안 유지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유력 피의자 검거 지원과 일시에 대규모 경력 투입이 필요한 도박 단속 현장에도 투입돼 힘을 보태며 나름의 성과도 있다.
본청 지침 상, 기동순찰대는 최단시간 내 출동 명령인 '코드 제로(0)'일 때만 범죄 현장에 투입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부 지구대·파출소에선 과중한 대민 치안 업무와 현원 부족을 호소하며, 기동순찰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한다. 코드 원(1), 코드 투(2) 등 일상적인 112신고 사건 처리 업무까지 분담하자는 것이다.
신고 사건 처리 부서가 아닌데도, 신설 기동순찰대의 업무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동순찰대의 업무 영역·지원 출동 범위에 대해 수시 안내가 있었지만, '네 일, 내 일이 어딨냐' 등 무리한 요구는 이어지는 실정이다.
일선서 요청에 따라 112종합상황실의 지령을 받고 출동한 청 소속 기동순찰대가 현장에선 일선서장(지휘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점도 우려된다. 급박한 현장 상황에 따라선 지휘 체계 혼선 또는 불분명한 책임 소재 등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C경감은 "기동순찰대가 점차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진통은 여전하다. 본청 지침을 따라야 하는 기동순찰대 입장에선 '일을 더 부담해 달라'는 일선서·지역경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현장에서 서로 손발 맞춰가며 지침·실정에 따른 역할 분담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직 개편 방향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겨우 시행 한 달이 지난 만큼, 정착까지는 불가피한 혼선이다', '조직 내 일인 만큼, 서로 양해하며 극복해야 한다' 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쓴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십 수년 전 실패했던 정책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 '지휘 체계와 업무 분장 자체가 복잡하게 꼬일 수 밖에 없다', '일선서 인력이 줄어드는 게 현장 치안인가'라며 근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직제개편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잡음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이견을 좁히고 개편 취지는 잘 살리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면서 "신설 조직과 기존 기능간 협업이 원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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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