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순직 유공자 유족, 정부 상대 소송
고인은 육군 입대 후 급성 기관지염 사망해
정부, 1997년 사인 '병사' → '순직' 재분류 해
法 "국가의 뒤늦은 통지로 유족 정신적 고통"
한국전쟁 중 질병으로 사망한 부친의 순직 판정을 25년 만에 알게 된 자녀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02단독 하성원 판사는 6·25 전쟁 참전 용사 A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29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냈다.
하 판사는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억원과 이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했다.
앞서 A씨는 한국전쟁 당시였던 1952년 8월 육군에 입대한 후 4개월 만에 급성 기관지염으로 사망했다. A씨의 사인은 당초 병사(病死)로 분류됐으나, 지난 1997년 전사망심사위원회에서 순직으로 재분류됐다.
정부는 해당 변경사실을 유족에 통지하지 못하던 중 2022년 순직 군인 유가족 찾기 특별조사단을 통해 A씨의 유일한 자녀인 B씨의 신원을 확인, 그가 국가유공자의 유족 신분에 해당해 '6·25 전몰군경 자녀수당'을 수령할 수 있음을 알렸다.
다만 B씨는 "국가의 뒤늦은 통지로 인해 22년간 수당을 수령하지 못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고 손해액 배상과 위자료를 함께 청구했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 B씨 역시 사망해 소송은 그 자녀들이 이어갔다.
반면 정부 측은 "통지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은 없어 배상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는 2018년 6월부터 B씨가 소송을 제기한 2023년 6월까지 총 5년으로 한정했다. 관련법상 소멸시효가 5년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 판사는 "국가가 고인의 순직 변경 사실을 알고도 25년 이상 통지하지 않아 B씨가 유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며 "이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입고도 소멸시효가 완성돼 상당 부분 배상을 받지 못한 만큼 (B씨가) 정신적 고통이 있었음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특조단을 구성하고 사망 사실 변경을 통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을 감안해 위자료는 20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B씨의 자녀들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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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