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의결
국가부채, GDP 넘어서…순자산 전년比 13.3%↑
관리재정수지 87조 적자…세계잉여금 364억원
지난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채 이자는 불고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은 줄어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역대 최대인 24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자산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13.6%)을 기록해 주식·채권 등 기금이 보유한 유동·투자자산이 증가하며 전년보다 180조9000억원 증가한 301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로 총지출이 줄었지만 총수입도 줄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나라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87조원으로 전년 대비 30조원 감소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3.9% 적자를 기록하며 당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세운 2.6%를 뛰어 넘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는 GDP 대비 4.6%를 기록한 바 있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나랏빚은 1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가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가결산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 결산을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 국가부채 1년 새 113조↑…국가자산은 181조 증가
지난해 국가부채는 2439조3000억원으로 전년(2326조원)보다 113조3000억원(4.9%) 증가했다. 지난해 명목 GDP인 2236조3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는 국가결산보고서가 작성된 2011년 회계연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 잔액이 59조6000억원 증가하고 연금충당부채가 48조9000억원 늘어나면서다.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 등 확정부채에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부채를 합산한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지급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부채다. 정부가 당장 갚아야 하는 돈은 아니지만,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정부 재원으로 충당해야 해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할수록 미래세대 부담도 커진다.
IMF 등에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는 국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행위 등 확정부채를 포함하는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하며 비확정부채는 포함하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보면 작년 확정부채는 전년보다 60조억원(6.6%) 늘어난 96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증가했지만 외화 외국환형평기금채권(외평채) 잔액은 늘었다. 외국환형평기금채권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국채를 뜻한다.
비확정부채는 전년보다 53조3000억원(3.8%) 증가한 1471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연금충당부채는 1230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8조9000억원(4.1%) 증가했다. 공무원 연금이 45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군인연금도 3조6000억원 늘었다.
이 밖에 보증·보험 등 기타 충당부채(63조원)는 전년보다 1조원 늘었다. 청약저축 등 기타 발생주의 부채(178조7000억원)는 3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자산 총액은 301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0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식·채권 등 운용수익이 13.6% 증가하면서 전체 유동·투자 자산이 전년보다 169조7000억원 증가한 것이 주요인이다.
국민연금 자산은 전년보다 138조3000억원 증가했고 외국환평형도 4조6000억원, 주택도시도 4조4000억원 올랐다. 사회기반시설이 5000억원, 일반유형자산도 10조6000억원 늘었다.
국가자산이 부채보다 많이 증가하면서 순자산(자산-부채)은 57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07조6000억원) 보다 13.3%(67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김명중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순자산이 증가했고 그 결과가 국민연기금 운용수익 증가폭이 큰데 발생주의에 따라서 자산부채를 계산하고 있고 그결과 순자산이 증가한 것이라서 국가 재무상태 자체는 개선됐다고 본다"며 "지속적일지는 (향후) 판단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순자산은 2018년 443조2000억원, 2019년 555조7000억원, 2020년 505조4000억원, 2021년 670조7000억원, 지난해 507조6000억조원을 보였다.
◆나랏빚 2년 연속 1000조 돌파…GDP 대비 50%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나랏빚인 국가채무(D1)는 1126조7000억원으로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년 전(1067조4000억원)보다 59조4000억원 늘어 1100조원을 돌파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4%로 전년보다 1.0%포인트(p) 상승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1998년 이후 결산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예산(1134조4000억원)보다는 7조6000억원 줄었다.
중앙정부(1092조5000억원) 채무는 1년 전보다 59조1000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예산 대비로는 9조2000억원 감소했다.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주택채가 5조2000억원 쪼그라든 영향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1년 전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34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전망치로 6월 지방 결산 이후 확정된다.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은 573조9000억원, 총지출은 610조7000억원이었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더 커지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6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1년 전보다 27조8000억원 확대됐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1.6%로 1년 전보다 1.3%p 상승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50조3000억원 흑자를 냈다. 기금별로는 국민연금이 48조4000억원으로 흑자 규모가 가장 컸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각각 1조4000억원, 1조1000억원 흑자였으나 사학연금은 6000억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0조원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작년 예산안 때 전망했던 58조2000억원보다는 30조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전년보다 1.3%p 줄었다. 당초 전망치(2.6%)보다는 1.3%p 늘었다.
김명중 심의관은 "민생회복, 경제활력 지원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세수가 예기치 못하게 감소했다"며 "기금여유재원, 세계잉여금 활용해서 지출 축소를 최소화하다보니 불가피하게 3.9%로 재정수지가 늘었지만 작년 결산 대비 30조원 정도 감소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364억원…"불용 억눌러 최대한 집행"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1년 전보다 77조원(13.4%) 줄었다. 이중 국세수입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감소한 344조1000억원이었으며 세외수입은 전년보다 25조1000억원 감소한 152조9000억원이었다.
총세출은 전년보다 69조3000억원(12.4%) 감소한 49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수감소에 따라 집행률은 전년(96.9%) 대비 6.1%p 감소한 90.8%에 그쳤다.
결산상 잉여금(총세입-총세출)에서 다음 연도 이월액 3조9000억원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일반화계 세계잉여금 364억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2조6000억원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 364억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간다. 정산 후 잔액이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금은 없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2조6000억원은 개별 특별회계 근거 법령에 따라 해당 특별회계 자체 세입으로 이입된다.
김 심의관은 "세수가 예기치 못하게 감소했는데 정부가 지출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세계잉여금이 300억원을 넘은 것은 불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집행을 최대한 하다보니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전재정 기조 자체는 변함 없다"며 "재정준칙안이 발의된 상태인데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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