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류매장·지역 유명 일식집도 문닫아
카카오·시너지타워 상권 살리기 손 내밀어
생기 잃은 상권 방문객 이끌어낼 지 관심
'호남 최대 상권'이자 한때 '젊은이들의 성지'였던 광주 충장로 상권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구도심 공동화와 인구 감소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침체기에 빠진 충장로는 오랜 경기침체의 여파를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2가 입구에는 2~3층짜리 건물 4곳이 줄을 지어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충장로 상권에 들어서는 입구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이른바 '목 좋은' 자리임에도 오랜 시간 공실이 장기화하고 있다.
인근 대형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도 문을 닫은 상가들이 속속 늘고 있다. 광주의 한 유명 일식전문점도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끝냈다. 바로 옆 한 자동차 매장도 최근 철수했다.
상권 안으로 더 들어가 충장로3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의류브랜드 매장이 자리했던 한 상가 역시 '임대' 현수막이 붙었고, 얼마 전까지 영업을 했던 바로 옆 신발 매장도 임대로 나왔다.
광주시민들의 추억인 '가든백화점' 터에 문을 열었던 와이즈파크 충장점도 경기침체의 상처를 피해가지 못했다. 호남지역 최대 규모로 지난 2013년 문을 열었던 'H&M 와이즈파크몰점'이 임대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말 영업을 종료했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을 내건 상가 앞은 불법주차된 차량과 노점상이 점령했다. 주말 점심시간으로 많은 사람들로 붐벼야 할 상권 거리 일대는 경기침체의 여파를 보여주듯 찾아오는 발길은 뜸했다.
충장로에서 옷가게를 하다 폐업했다는 김모(31)씨는 "사장인 나보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가져가는 월급이 더 많았다"며 "장사를 해도 대출이자와 인건비, 임대료를 내기 벅찼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지난해 4분기(10~12월) 광주지역 주요 상권 10곳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7.6%로 전분기(16.4%) 대비 1.2%포인트 늘었다.
특히 금남로·충장로 상권은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28.0%에 달한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실패를 모르고 매장을 늘려나가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마저도 10년 만에 '광주 충장로점'을 철수했을 정도다.
광주 동구도 지역 대표 상권을 살려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이미 죽어버린 상권을 되살리기에는 벅차 보인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와 첨단지구를 핫플(핫플레이스)로 만든 시너지타워가 충장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충장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 될 지 관심을 모은다.
동구는 최근 국내 대형 인터넷 서비스기업 카카오와 협업해 충장로 상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톡 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카카오가 직접 찾아가 디지털 교육을 하고, 비즈니스 플랫폼 입점을 지원해 상권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광주 첨단지구를 MZ 세대들의 핫플 장소로 만든 시너지타워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첨단1지구 일대에 자체 브랜딩한 상가를 개발해 '시리단길'이라 불리는 상권을 만든 노하우를 충장로 상권에 접목해 침체한 상권을 되살려 보겠다는 것이다.
특화거리 행정적 지원방안, 핵점포 유치 협력, 수도권 브랜드 유치, 공실 비즈니스 기획 등 활성화를 위해 동구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밖에 동구는 충장로 상권 활성화를 위한 올해 첫 사업으로 '충장골목여행 및 다같이 공유공간 플랫폼'과 '충장라온(RA-ON) 페스타'를 진행한다.
동구 관계자는 "올해는 충장상권 르네상스 5개년 사업의 중반부를 넘어섬에 따라 더 참신한 시도를 해보겠다"며 "상인들과 긴밀히 협력해 차별화된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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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