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임 언급만으로 성희롱 단정 못해, 징계 취소"

법원이 동료와의 대화 과정에서 '피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성희롱 발언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관련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직원 A씨가 전당장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당이 지난해 2월 A씨에게 내린 '불문 경고' 처분은 위법,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동료 직원 B씨가 남자친구와의 결혼 시점을 미루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임신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서두를 목적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 피임에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내부 고충심의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고, A씨에 대해 '견책' 징계 의결이 내려졌다. 소청 절차를 거쳐 '불문 경고'로 감경된 A씨는 이번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임을 조심히 하라'는 취지의 A씨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임' 관련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B씨가 결혼·출산·육아·휴직 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A씨가 대답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동기 사이로 비교적 친밀하게 지내던 관계였던 A씨가 B씨의 고민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에서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객관적으로 피해자 B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인 이도 이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징계 사유였던 A씨가 '열은 없는 것 같다'며 기침하는 B씨의 이마에 손을 댔다는 행동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 신체 접촉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문경고 처분의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 A씨의 청구대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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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