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매 대리해 승소, 보수약정 주장…대법 "재산관리인 없으면 성공보수 안돼"

북한주민 대리해 상속 소송…재산관리인 미선임
1~2심 보수 받을 수 없어…대법, 원심 파기환송
대법 "성공보수(보수약정) 무효, 위임보수는 인정"

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 없이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유산 상속 소송을 진행했다면 위임 계약에 따른 보수만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재산의 북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재산관리인' 없이는 승소해도 성공보수(보수약정)는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4일 법무법인 A가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수금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민법 제137조의 일부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의 상고 주장은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 B씨와 C씨는 북한 남매로, 남한에서 사망한 부모의 재산 상속을 주장하며 법무법인 A와 위임약정 및 보수약정을 맺었다. 법무법인 A는 소송의 성공보수(보수약정)를 총 상속지분의 30%로 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B씨와 C씨를 대리해 친생자 확인 소송, 상속회복 청구소송 등을 진행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은 피고들의 친생자 확인 소송에서 승소 취지로 판결했고, 상속회복 청구소송에서도 일부인용 결정 후 상속인들 간 화해가 이뤄져 최종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B씨, C씨는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위임약정 및 보수약정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무법인 A는 B씨, C씨의 상속지분 평가액이 각 196억원에 달하고, 이 사건 보수약정에 따라 30%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남북가족특례법이 북한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라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위임약정과 보수약정을 별도로 상정해 판단해야 한다며 둘을 분리했다.

먼저 위임약정이 무효인지 여부(제1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원심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면 위임약정은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해 곧바로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변호사에게 사건의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해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무보수로 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반면 보수약정이 무효인지 여부(제2상고 이유)는 "남북가족특례법 규정은 북한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북한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과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했다. 원심 판단에는 해당 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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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