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 4건, 여권 우위 구도 '주의'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인용 YTN '경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MBC 보도 관련 4개 안건을 모두 법정 제재하기로 했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29일 회의를 열고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지난해 10월31일 방송분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제재수위가 낮은 순부터 열거하면,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와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이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시 방송 평가에 감점 사항이 된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해당 방송분은 출연자인 봉지욱 기자가 검찰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 취재하면 할수록 2011년 대검중수부는 조우형을 봐줬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을 내보냈다. 봉기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이에 대한 반론·반박 인터뷰 등은 방송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제2항,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제1항, 제14조(객관성)다.
여권 추천 위원 6명은 모두 '주의' 의견을 냈다. 반면 야권 추천 위원 윤성옥·김유진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윤 위원은 "봉기자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허위를 말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 이렇게 법정 제재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MBC에 대한 방심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과 관련해, 자사에 유리한 입장만 전달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MBC TV 'MBC 뉴스데스크'(지난해 11월13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여권 우위 구도에서 '주의'로 의결했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4항이다.
김유진 위원은 "방심위가 언론 비판의 성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렬한 제재 권력이 있기 때문에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위원회 과징금 결정에 대해 만족할만한 반론을 싣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자의적 보복성 심의"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MBC 표준A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지난해 3월16~17일 방송분은 한·일 정상회담을 다루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국 애국가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일본 국기에는 기시다 총리가 인사를 하니까 고개를 숙여서 절을 하는 사진이 대비돼 올라와 있다'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며 사진을 올린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연을 예고했다. 탁 전 비서관이 SNS(소셜미디어) 게시글로 인한 일장기 경례 논란에 대해 "도대체 뭐가 가짜뉴스라는 건가" "그냥 못마땅한 건 인정하겠다"는 등이라고 말한 것도 내보내 민원이 제기됐다. 적용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이다.
여권 추천의 김우석 위원은 "국가 원수의 외교 행위에 대해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도 그렇고 이런 식의 위험한 보도가 정당화되는 것에 대해 비판 의견 갖고 있다"고 말했다.
MBC TV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 1월12일 방송분도 여권 우위 구도로 '주의'로 의결했다. 해당 방송분은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을 다룬 자사 보도에 대해 1심 법원이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한 것을 보도하면서, 자사에 유리한 주장만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2022년 9월22일 최초 보도에서는 임의로 '(미국)'이라는 자막을 사용했으나, 이날 방송에서는 해당 부분을 숨기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만 내보냈다. 이로 인해 과거 보도 내용을 왜곡했다는 취지의 민원도 제기됐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제1항, 제9조(공정성)제4항이다.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 종합의견서 내용을 인용 보도하면서,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가 총 약 22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 보도한 YTN '이브닝 뉴스, 뉴스나이트' 지난 1월12일 방송은 '경고'로 의결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를 적용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방심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과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규칙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위원장이 효율적인 회의 진행과 형평성을 위해 위원 간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하거나, 회의장이 소란하면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가 가능하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김유진 위원은 "단 2명에 불과한 야권 추천의 소수 위원을 보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라며 "위원장 독재 체제다. 만장일치로 하는 것 완화해서 무조건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건데 합의제 정신을 뿌리째 뽑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모욕, 폭언, 막말, 폭행 등 정상적인 회의를 불가능하게 할 경우 적절한 규정이 없어서 신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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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