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도둑몰아 2억 뜯어 명품 탕진, 母는 사망…징역 6년

부산지법 서부지원, 20대女에 실형 선고
"참혹하고 비극적…최악 중 최악의 범죄"

대학 동창을 도둑으로 몰아 수십차례에 걸쳐 수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부장판사는 공갈 및 강요, 협박, 주거침입,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불행의 시작은 2021년 2월 주점에서 시작됐다. A씨는 동창 B씨가 자신의 지갑을 만지는 모습을 본 뒤 "폐쇄회로(CC)TV에 다 찍혔다. 100만원짜리 지갑인데 찢어졌다"며 "지갑 변상 명목으로 돈을 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민·형사 고소도 하지 않겠다"고 B씨를 협박했다.

B씨는 A씨의 지갑을 만지기만 했지만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 A씨에게 93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의 협박은 계속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절도를 했다고 주장해 돈을 뜯어내거나 차용증을 쓰게 했다. B씨의 어머니를 찾아가 카드를 받은 뒤 사용하기도 했다.

A씨는 약 2년 동안 34차례에 걸쳐 B씨 모녀로부터 총 2억96만원을 뜯어냈다. 이 돈은 호감을 갖고 있던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거나 생활비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횡포를 견디지 못해 B씨 모녀는 A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사과는 커녕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프로필 사진에 B씨를 조롱하는 내용과 B씨의 가족사진을 올려놓고 잠적했다. 이후 A씨는 1년만에 체포돼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억대 빚을 진 B씨의 어머니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고운 심성을 지닌 탓에 대학 동창인 A씨의 지갑을 잠시 만져봤을 뿐 절도 혐의가 없는데도 장기간 A씨의 위협에 굴복하며 노예처럼 지내왔다"며 "A씨의 악행 때문에 막대한 재산과 둘도 없는 생명까지 잃는 등 돌이키지 못할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백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핵심인 공갈죄만 보더라도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 규모 등 더 나쁜 사안을 떠올릴 수 없을만치 참혹하고 비극적이다. 돈을 더 잘 뜯어내려고 저질러온 강요죄와 스토킹 범죄 등을 더해 본다면 최악 중 최악으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 손색이 없다"며 "A씨가 구속되고 나서야 자백한 사정은 유리하게 참작해 줄 이유나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형사 절차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온갖 범죄를 법정 밖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응징하는 소설과 영화, 드리마가 인기를 끄는 실정이다. 사법부로서 오히려 현실세계에서 가상 세계보다 더욱 혹독하게 대가를 치른다는 준엄한 진실을 밝혀둘 필요가 절실하며 이 절실함이야 말로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밑거름"이라면서 "A씨는 그 누구를 상대로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못할 만큼 기나긴 세월 자숙과 성찰을 강제하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벌백계로 삼을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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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