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이철규 대세론'에 '비윤' 원내대표 후보 나오나

3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9일로 미뤄
'찐윤' 이철규 출마에 당내 강한 반발
5일 후보자 등록 마감까지 고심할 듯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일이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연기되자 '이철규 대세론'이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비윤계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선거를 미룬 이유에 대해 "어제까지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번 당선자 총회 때 의원들이 후보자들의 비전이나 원내 운영과 관련된 생각을 들어보고 토론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출마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오는 9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6시께 공지를 통해 오는 3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거를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선인 가운데 후보자들의 정견과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있고,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까지 출마 희망자가 나오지 않자 선거일 자체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친윤 핵심인 '이철규 대세론'이 급부상하자 계파 갈등 구도를 우려한 의원들이 출마를 접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계파가 옅은 중진 가운데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4선 김도읍 의원과 3선 김성원 의원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뉴시스에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출마를 시사했고, 대세론은 굳어가는 분위기였다. 그간 당에 쓴소리를 내왔던 의원들도 이 의원의 출마에 "친윤이냐 비윤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힘을 싣기도 했다.

친윤계는 야당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한 박찬대 의원이 '핵심 친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구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소통이 원활한 이 의원이 적임자라는 친윤계의 주장이 '이철규 대세론'의 바탕이 됐다.

이철규 대세론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4·10 총선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관계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런 목소리는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이철규 대세론이 역풍을 맞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장을 내세워 또 한번 망쳐야 되겠나. 가만 두고 보려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대구에 앉아서도 뻔히 보이는데 서울에 있는 니들은 벙어리들이냐"고 비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입장문을 내고 "머리 박고 눈치나 보는 소위 중진 의원들, 눈치 보면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비겁한 정치' 이제 그만하자"고 꼬집었다.

친윤으로 분류됐던 배현진 의원도 이 의원을 겨냥해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배 의원은 자신의 SNS에 "3선 이상 중진 선배 의원들이 어려운 길이라며 서로 사양 말고 적극 나서 줄 것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이런 흐름 속에 오는 5일로 원내대표 후보자 등록 기한이 미뤄지면서 수도권·비윤계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윤계 중진 윤상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철규 의원이 나온다고 하니까 친윤계의 강한 스크럼을 의식하고 소신을 못 펼치는데 '정치는 소신껏 하라'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나경원 의원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이 모습의 원내대표 선거는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더 많은 의원들이 나와서 건강하게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철규 의원 단독출마, 단독당선 이런 모습은 당에 건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본인이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우리가 야당 모습처럼, 야당이 지금 이재명 대표 1당 체제로 가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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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