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선 '대관식'에 韓 이도훈 대사 참석…美·EU 대다수 보이콧

프랑스·헝가리·슬로바키아·그리스·몰타·키프로스는 참석
한·러관계 관리 차원인 듯…美·유럽 대부분 국가 '보이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가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7일 낮 12시(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6시)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임기 6년의 집권 5기를 시작했다.

크렘린궁은 취임식을 국내 행사로 간주해 외국 정상을 초대하지는 않지만, 비우호국을 포함해 러시아에 주재하는 모든 공관장을 초대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하는 말)' 뒤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를 대거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한국도 2022년 3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과 함께 비우호국으로 분류됐다.

서방 국가 대부분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회원국을 압박했다. 피터 스타노 EU 외교정책 담당 대변인도 "회원국에 이번 행사를 피하라고 권고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EU, 영국, 독일, 캐나다는 행사 불참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부 EU 회원국은 행사에 사절을 파견했다. 크렘린궁은 프랑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그리스, 몰타, 키프로스 등 EU 6개국은 행사에 참가했다는 점을 짚어 언급했다.

같은 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와 갈등을 겪어온 아르메니아 취임식에 불참했다. 초청받은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대표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 대사를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보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압승한 대선 결과를 두고 '불법 선거'라며 맹비난했던 서방 국가와 달리 공식 논평을 피하며 조용하고 절제된 '로우 키(low-key)'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북한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경색된 한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러 관계 약화는 북러 관계 개선, 한국의 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무산된 데 보듯 한러 사이 비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북한을 견제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 선교사의 간첩 혐의 구금과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 취소 등 정치·군사적 수준을 넘어 사회·문화 전반으로 긴장이 확산으로 추세다. 우리 국민과 기업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유연한 양자 관계를 유지해 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EU가 이번 취임식 참석 여부를 놓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단일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각국 판단에 맡긴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와 관련한 기자 질의에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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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