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법원도 힘 실었다…'입시 쏠림' 현상 본격화 전망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 정부 승소 결정
2025학년도 1500여명 증원 일단 유지…N수생 늘 듯
지역 국립대·지역인재 증원에 합격선 연쇄 하락 예상
N수생 급증하면 수능 난이도에도 불안감 줄 가능성

16일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에 도전하려는 상위권 대학 출신 반수생이 급증하는 등 '의대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들의 50~100% 자율 조정에 따라 1500명 가량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 국립대 의대와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합격선 하락 기대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지난 2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의대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보면,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뺀 39곳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4487명이다.

전년도 의대 39곳의 전체 모집인원(3018명)과 견주면 1469명 늘어나는 것으로, 당초 3월20일 정부가 대학별로 배정했던 의대 증원 규모(1960명)보다 491명 적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시 현장에 미칠 영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의대 정원이 동결된 서울대(135명)보다 선발 규모가 많아지는 대학들이 9곳에 이르고 모두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큰 폭의 합격선 변화가 예상된다.

해당 의대는 ▲전북대(171명) ▲부산대·전남대(각각 163명) ▲경북대·충남대(각각 155명) ▲조선대·순천향대·원광대(각각 150명) ▲경상국립대(138명) 등이다.

지금도 비수도권 의대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다른 이공계열 학과보다 합격선이 높은 만큼, 의대 입학 기회가 확대된 지금 의대 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 합격선도 연쇄 하락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의대 증원 소식이 알려진 올해 초부터 재수생은 물론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재학생과 직장인까지 의대를 노리고 입시학원을 찾는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번 입시에서 'N수생'이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대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상위권 반수생이 늘어날 수 있고 9월 수시 원서접수부터 상향지원 분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수험생들의 '상향 지원'과 의대 간에 또는 이공계열 학과 간에 중복 합격 가능성, 지역인재 선발전형 확대에 따른 중복 합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합격선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수도권 의대가 위치한 권역에 있는 고등학교를 3년 다니고 졸업한 수험생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인재 선발전형'이 대폭 확대될 조짐이라는 점 역시 변수다.

비수도권 대학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은 수도권 지역 고교 출신 수험생들이 지원할 수 없어 지원자가 늘어나도 합격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증원 규모가 컸던 지방대에서 지역 인재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어느 정도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경기권 의대 증원 규모가 큰 만큼 입시에 미치는 도미노 현상은 존재하겠지만 지역인재 전형 규모가 나오는 5월 말 수시 모집요강 발표까지 주목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종로학원이 고2부터 적용될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역인재 전형을 운영하는 비수도권 의대 26곳은 당초(1071명) 인원보다 두 배 이상을 늘린 2247명을 지역인재로만 선발할 계획이다.

이들 의대 26곳의 총 모집인원 63.4%에 달하는 규모다. 종로학원은 대학들이 이런 추세를 2025학년도 입시에도 똑같이 적용한다고 가정해 지역인재 선발 규모가 1966명(63.2%)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호남권이 466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73,5%를 선발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부산·울산·경남권이 485명(68.2%), 대구·경북권이 366명(63.7%) 등으로 각각 관측됐다.

의대 증원 규모가 권역별로 각기 다른 만큼 수험생 출신 지역에 따른 유·불리도 예상됐다.

권역별 고3 수와 견주면 의대 진학에 가장 유리한 곳은 강원권으로, 학생 수 대비 의대 모집정원이 2.9%에 이른다. '이과 지망생'으로 좁히면 5%까지 확대된다. 20명 중 1명이 의대 합격권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다른 서울 주요 대학 일반학과 대신 의대 및 치대, 약대 등 다른 보건의료계열로 수험생들이 빠져 나갈 경우 다른 학과를 준비하려던 상위권 일부 수험생들에게 대학 간판을 높일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종로학원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기준으로 의대가 2025학년도에 1469명 증원될 경우, 종전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 중 45.4%가 의대 합격권이었으나 67.7%가 합격권으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임 대표는 "지역인재 전형의 대폭 확대로 지방권 내신 성적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로 몰릴 수 있다"며 "대부분 대학들이 수시 지역인재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므로 수능 접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N수생 규모 확대와 예기치 않은 의대발 대입 열풍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할 2025학년도 수능 난이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 '킬러문항' 배제 조치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안심리가 가뜩이나 확대됐던 만큼 올해 사교육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임 대표는 "반수생 수와 이들의 수준에 따라 본수능 난이도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고3 수험생 입장에선 본수능에서 기존 모의고사 점수보다 낮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험생 입장에선 학과별 모집정원 변화와 합격선 발표, 학교 등의 분석 및 예상 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수험생들은 차분하게 다음달 4일 수능 모의평가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앞서 이날 오후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공의와 수험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는데,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고,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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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