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사항임에도 3년 연속 언급하지 않아
여야 정치권 찬성하지만 '공회전' 가능성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국민투표도 난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정치권 핵심 현안인 5·18 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권 모두 5·18 헌법 전문 수록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대통령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정치권 공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5분18초 남짓한 기념사를 하며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자유는 확장됐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며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37년간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42·43주년 기념식에서도 5·18 헌법 전문 수록을 명시하지 않은 대신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번영을 강조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433자 분량의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이념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헌정사와 한국 민주주의에 획을 그은 5·18민주화운동을 포함시켜 5·18 정신을 헌법규범화 하자는 게 요지다.
5·18 헌법 전문 수록이 처음 거론된 때는 1987년이다. 6월 항쟁 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이 이뤄질 당시 야당 통일민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 시안에 처음 등장한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공전을 거듭하던 헌법 전문 수록은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발의로 공론화됐으나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한 목소리로 찬성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5·18 정신은 더 이상 특정 정치세력의 상징이 아닌 온전한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여야 간 초당적 협의를 기반으로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더 이상의 5·18 폄훼와 왜곡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또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그래야 다시 이 땅에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2대 국회가 열리면 국회와 국민 모두 개헌을 논의하자"며 개헌안에 담을 헌법 전문 수록 사항으로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정신을 제시했다.
여야 모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하지만 정치적 수사나 원론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헌법 전문 수록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라는 개헌 절차를 위해서는 여당으로부터 개헌특위 구성 등 구체적인 제안이 있어야 한다.
광주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5월이 되거나 선거철이 되면 여야 모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의지를 표명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차가 커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도 쉽지 않은데 기념사에서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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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