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주년 5·18기념식, 잘못 쓴 희생자 사진…보훈부 "착오"

'헌혈 여고생' 박금희양 조명 영상에서 오류 나와
'주남마을 버스 학살' 희생자 박현숙양 사진 붙여
기념식 참석 현숙양 유족 "어처구니 없다, 속상해"
보훈부 "영상 제작 중에 착오…유족께 사죄하겠다"

"명색이 정부 기념식인데. 정부가 어린 오월영령을 추모한다면서 이렇게 엉망진창일 수 있느냐."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 행사가 '헌혈 여고생' 고(故) 박금희양을 조명하면서 정작 사진은 또다른 학생 희생자인 고 박현숙양의 것으로 잘못 써서 논란이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여성열사인 박금희 열사의 헌혈증과 박현숙 열사의 사망 전 마지막 사진. (사진=뉴시스DB).

국가보훈부(보훈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열어 당시 숨진 희생자들을 조명했다.

보훈부는 어린 나이로 숨진 학생들을 조명하는 자리에서 금희양을 조명했다. 금희양은 계엄군의 발포로 부상당한 시민들을 위해 헌혈 운동에 동참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계엄군의 흉탄에 목숨을 잃었다.

영상을 통해 금희양의 생애를 소개한 보훈부는 당시 금희 양의 헌혈증 사진과 함께 생전 모습이 담긴 다른 사진을 붙였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5·18 당시 숨진 또다른 희생자 현숙(당시 16세)양이 항쟁 한 달 전 체육대회 때 촬영한 사진이다. 현숙양은 주남마을 18인승버스 양민학살 사건(17명 사망·1명 생존)의 희생자다.

1980년 5월22일 친구 집에 다녀온다고 집을 나선 현숙양은 시민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이튿날 23일 낮 12시께 현숙양은 무차별 진압 희생자들의 사체 수습을 돕다 모자란 관을 구하기 위해 화순으로 향하던 18인승 버스에 올라탔다.

현숙양은 화순방면으로 향하던 중 소태동 채석장 앞 도로변에서 매복중이던 제11공수여단 62대대 4·5지역대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방치돼 있던 현숙양의 시신은 계엄군에 의해 가매장됐다가 항쟁 직후인 5월29일 수습됐다. 사체는 그로부터 석달 뒤인 8월20일에야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날 기념식장에 참석한 현숙양의 언니인 박현옥 5·18유족회 전 사무총장은 또 한 번 상처가 덧났다며 분노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보다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해당 사진은 동생이 1980년 4월 체육대회 때 찍은 것으로 아직도 제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것"이라며 "헌혈로 나눔 정신을 실현한 금희양의 사연을 한참 소개하다 동생의 독사진이 떡하니 나오는데 어처구니가 없고 속상하다"고 밝혔다.

박 전 사무총장은 "기념식이 엉망진창이다. 명색이 정부 기념식인데 제대로 된 확인도 거치지 않은 것이냐"며 "오월 영령을 위로한다면서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오히려 자극하는 일이 됐다"고 비판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5·18을 맞아 숨진 열사들을 제대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해도 부족할 마당에 사진조차 똑바로 쓰지 않았다.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유족회에 사진을 요청한 적도 없다.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훈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결과 영상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며 "오늘 해당 유족들을 직접 찾아가 사죄드릴 계획이다. 향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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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