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1년간 집중수사해 15명 구속·73명 기소
부산항운노조, 조합원 추천권 포기 등 채용제도 개선
부산항운노조의 채용 추천권 행사가 여전히 '인사 장사' 수단으로 악용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검찰이 채용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자 부산항운노조는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채용추천권을 포기했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김익수)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의 채용 비리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노조상임부위원장 2명과 지부장 3명, 노조신용협동조합 전무 1명 등 노조 간부 15명을 구속하고, 총 73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산항운노조는 인사권 등을 행사하는 위원장 아래 총무기획부·조직조사부 등 6개 집행부와 24개 지부, 7280명의 정조합원과 2429명의 임시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항운노조로, 직업안정법에 따라 부산항만 지역의 항만·철도·육상·농수산물 하역 업무에 대한 독점적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해당 조합원만 채용할 수 있는 '클로즈우드-숍'(Closed-shop) 형태로 운영됐다.
이같은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 권한 때문에 부산항운노조에는 위원장의 승인을 통해 가입가능하며, 위원장 또는 지부장이 터미널사에 정규직 채용추천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조합원의 반장·조장 등 승진 결정권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2005년(29명 구속·50명 기소, 청탁 수수금 11억원)과 2019년(16명 구속·31명 기소, 청탁 수수금 10억원) 두 차례에 걸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규모 집중 수사를 벌였음에도 고질적·구조적 비리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총 27억 원에 달하는 채용·승진 대가를 수수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은 '조합원 추천권'을 불법 행사해 시급제로 근무하는 등 열악한 '을(乙) 지위'에 있는 임시조합원들에게 정식조합원이 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청탁 금품 액수에 따라 급여 및 복지혜택이 좋은 업체에 우선 채용시켰다.
검찰은 지부장이 수수한 억대의 청탁금 중 수천만 원을 윗선에 전달했고, 윗선은 지부장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수법으로 조직적인 인사 비리가 24개 지부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24개 지부 중 5부두와 신선대 등 비리가 심각한 지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 5부두 지부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합원으로 등록된 40명 대부분이 3000만~6500만원을 공여하고 조합원이 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해당 지부장이 수수한 청탁금은 10억원에 달해 1인이 수수한 역대 최대 금액이다.
더불어 검찰은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공여자의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 출금 전표 등을 수수해 마치 공여자가 사용한 것처럼 꾸미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다양한 신종 범죄 수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취업 권한이 없는 한 간부는 불법적인 채용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진 점을 이용해 '높은 사람에게 돈을 줘 채용시켜 주겠다'고 속여 구직자들로부터 10년간 1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고, 검찰은 해당 간부를 구속 기소했다.
이같이 채용 및 인사 관련 비리가 지속되자 부산항운노조는 지난 3월 노·사·정 협약을 통해 1978년부터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채용추천권을 포기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과 공동으로 마련해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항운노조는 연간 4400억원 상당의 수익(2022년 기준)을 올리는 근로자 공급 사업자로, 상당수의 현직 간부가 과거 검찰수사에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이권을 포기하지 않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와 지역사회에서는 '부산항운노조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직장'이라고 인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또 "중단 없는 수사를 통해 고질적 채용·승진 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의 철저한 박탈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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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