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보증보험 취소…法 "HUG, 보증금 지급"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재판부, 임대인·HUG 보증금 1억4500만원 지급

부산에서 위조된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증보험을 내줘놓고 "속았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과의 보증보험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 법원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에 맞서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 최지경 판사는 지난 28일 '부산 18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자'인 A씨(원고)가 HUG와 임대인 B(40대)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 판사는 HUG와 B씨가 A씨에게 임대차 보증금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6월1일 B씨와 2021년 6월16일부터 지난해 6월15일까지 보증금 1억4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HUG는 B씨와 2022년 12월29일부터 지난해 12월29일까지 임대차계약 종료 시 B씨가 A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설정한 보증금액(1억4500만원)을 한도로 A씨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보증금 보증'을 체결했다.

하지만 B씨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건물 가치보다 많아져 HUG 보증보험이 가입이 어려워지자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등 위조한 계약서 수십 장을 HUG에 제출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HUG는 지난해 8월30일 B씨와 체결한 보증 계약을 취소했다. 당시 A씨는 B씨와의 임대차계약이 지난해 6월15일 묵시적으로 갱신됐다가 같은해 9월 합의 해지를 했고 A씨는 B씨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했다.


A씨 측은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전세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발급된 보증을 신뢰해 임대차 계약을 갱신했다"며 "HUG의 보증보험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진 채권자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UG 측은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신청했음이 밝혀진 경우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세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B씨가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사기행위를 이유로 보증을 취소했으므로 무효로 됐고 취소통지를 받고 난 뒤 임대차계약을 종료한 A씨는 HUG 측에 대항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 판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증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가 이미 보증보험증권을 교부해 피보험자가 그 보증보험증권을 수령한 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됐다면 그와 같은 피보험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피보험자가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A씨는 2022년 12월29일 임대보증금 보증서를 받았고 이후 지난해 6월15일 B씨와 임대차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했다"며 "이로써 임대차계약 기간이 연장돼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는 등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됐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B씨의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에 관해 HUG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봐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승소 결정을 내렸다.

HUG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판사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고려하고 좋은 판결을 내려서 너무 감사하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이후 미래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소송 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었다. 이번 판결이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부산지역 피해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B씨 전세사기 사건' 관련 HUG 측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세대는 총 77세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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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