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권남용' 조항 헌법소원 낸 우병우…헌재 "합헌"

헌재 "문헌 그 자체로 의미 명백해 위헌 아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공무원의 직권 남용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우 전 수석 등이 형법 123조 등 관련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또한 헌재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직권 남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국가정보원법 11조 1항과 19조 1항 등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심판 대상 조항은 형법 제123조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국가정보원법 11조 1항은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19조 1항은 이를 어길시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게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의 동향 파악을 지시하는 등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 전 수석은 불법사찰 혐의가 인정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은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나머지 청구인들도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형법 제123조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는 '의무'의 보호 법익에 대한 고려 없이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라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 명백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법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의무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임이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범위에 일반 사인에게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게 정해진 직무집행의 원칙, 기준과 절차를 위반해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도 해당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대해서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비난이 공무원 개인에 대해서만 그치지 않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헌재는 구 국정원법 조항에 대해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나, 법원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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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