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제조사, 순도 사기 의혹에 "명백한 허위사실"

A업체, 부산조달청으로부터 탄산리튬 290t 대여
순도 99.2% →99.5% 상승 조건 계약 맺었으나
자재 납품 땐 순도 속여 허위로 물품 반납 의혹

국내의 한 리튬 제조 업체가 조달청을 상대로 계약 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관련 보도에 대해 서류를 잘못 이해해 발생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경찰청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리튬 제조 업체 대표 A씨를 처벌해달라는 진정이 지난 12일 접수됐다.



진정서에는 A씨가 자신이 대표인 B사를 통해 부산조달청으로부터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을 빌려 순도 강화 작업 후 반납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일부 물량은 순도 강화 작업을 한 것처럼 속여 반납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말 183억8198만원을 담보금으로 내고 칠레산 순도 99.2% 수준의 탄산리튬 290t을 빌려 순도 99.5%까지 끌어올린 뒤 반납키로 조달청과 계약했다.

이듬해 9월께 A씨는 순도 강화 작업을 거친 290t을 조달청에 반납했다며 언론 보도를 활용한 홍보도 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고순도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이 필요한데 탄산리튬은 그 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290t 중 30t가량은 순도 강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조달청에 반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t가량의 탄산리튬은 포장에만 순도 99.5%라고 표시했을 뿐 실제로는 조달청에서 대여했을 때 순도 99.2%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포장 뿐 아니라 탄산리튬 반납 시 첨부하는 성분분석서에 순도 99.5%로 허위 표기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이와 함께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나온 원재료를 활용한 탄산리튬만 다룬다는 계약사항도 어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업체가 조달청에 반납한 탄산리튬 중에 일부는 원재료 원산지가 중국처럼 미국 및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인데, 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원산지 정보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진정인은 B사의 행위가 가격 변동이 큰 원자재를 사전에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원자재 비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달청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우려 기관(FEOC)이 아닌 나라에서 만들어진 탄산리튬을 요구한 건 전기차 보조금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국가적 손해를 끼쳤다고 강조했다.

탄산리튬은 이차전지의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리튬의 한 종류로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조달청은 국가적 수급장애 상황을 대비해 탄산리튬을 비롯한 희소금속 9종을 2만3000t 규모로 비축해 오고 있다.



가격이 안정됐을 때 원자재를 비축해 뒀다가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원자재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탄산리튬은 그 순도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99.2%의 원료를 활용해 이차전지 등에 사용이 가능한 99.5% 고순도 탄산리튬을 만드는 기술은 비용 절감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하이금속거래소(SMM)에 따르면 99.2% 산업용 탄산리튬은 mt당 9만4400위안, 99.5% 배터리용 탄산리튬은 mt당 9만8450위안으로 한화 약 7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B사의 상환 소식은 여러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달청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공신력 상승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관계사 주가도 상승했었다"고 전했다.

A씨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조달청에서 요구한 제3의 기관에서 물품을 검증받아 모두 문제없는 물품이었다.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영권 분쟁에서 일부러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이런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부산조달청 관계자는 "당시 정해진 법령과 규정에 의거해 물품을 상환받았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은 B사로부터 반환된 탄산리튬이 다른 기업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관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자 B사는 이날 오후 반박문을 통해 "조달청에 상환한 탄산리튬 290톤은 전량 상환조건에 기재된 기준을 만족시키는 제품들"이라며 "이는 제3의 외부공인기관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에 제출된 두 종류의 시험성적서에 표기된 성분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공인분석인증기관 분석결과 표기 방법이 달라 표기가 다르게 표시된 것을 오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시험성적서에는 '리튬이온(Li+)의 함량'이 기재된 것이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시험성적서에는 '탄산리튬(Li2CO3)의 순도'가 표시된 것이므로, 양 시험성적서에는 기재된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B사는 그러면서 "원산지포괄확인서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원산지가 아닌 서류의 다른 부분(자유무역 협정명칭)을 원산지로 잘못 파악한 결과"라며 "당사는 조달청 상환 기준에 모두 맞춰 탄산리튬을 상환했다. 만약 조달청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고 설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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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