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포탈왕' 허재호, 재판 또 안 나왔다…5년째 외국에

2019년 첫 재판 뒤 뉴질랜드 체류, 4년10개월째 불출석
법률대리인 "귀국 원하지만 무분별 고소·고발에 고민"
법원 "귀국의사 없어 보여"…피고인 소환절차 지속 예고

'황제 노역' 논란 이후 해외에 머물며 조세포탈 재판에 5년 가까이 나오지 않은 대주그룹 허재호(82) 전 회장이 법정에 또 안 나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14일 302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매도해 25억원을 취득하고서도 소득 발생 사실을 은닉,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23일 기소됐다.

주식 차명 보유 중 배당 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포탈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허씨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첫 재판(2019년 8월28일) 이후 4년10개월 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1년7개월 만에 재판부 변경과 함께 공판 절차가 다시 시작됐지만 허씨는 1차례도 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앞서 2020년 11월 허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인영장을 발부(인치장소 302호 법정)했으나 효력 기간(1년) 만료로 집행하지 못했다.

검찰은 허씨가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면서 허씨를 법정에 세워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법무부·법원행정처와 협의해 소환을 위한 사법 공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또 효력이 만료될 때마다 다시 구인영장을 청구해 법정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씨의 법률대리인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고령인 허씨가 고국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 있다. 다만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수사 때문에 고민스럽다. 이미 여러 차례 종결된 사건도, 출국 이후의 일로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회장이었으니 막연히 수사의뢰한 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를 모두 납부했다는 취지의 세무당국 과세정보 회신 내용을 들어 "기소된 세금 관련 납세 의무가 종료됐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여생을 고국에서 보내고 싶다면서도 당장 귀국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 있어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며 "구인영장 발부나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재발부 등 재판부가 할 수 있는 (피고인) 인도 절차는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허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기일이 추후 잡힌다.

허씨는 2007년에도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0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이후 허씨는 도박 파문으로 2014년 3월 귀국, 1일 5억원씩 탕감받는 '황제 노역'을 하다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닷새 만에 노역을 중단한 뒤 2014년 9월 벌금을 완납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 당한 허씨의 사건에 대해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 정지로 수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허씨가 대주그룹에서 100억여원을 빼내 전남 모 골프장에 넘긴 횡령 정황은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은 아직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는 허씨에 대한 시효 유지를 위해 해당 사건 수사를 잠정 중지했다. 또 허씨가 귀국하는 대로 공항에서 경찰 소환 사실을 알리는 '지정 통보'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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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