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Z, 입찰안 평가서 제출…검토 결과 한달뒤
온타임 온버짓 vs 유럽연합…바라카 15년 만
체코에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로 신규 건설하는 원전 수주전 결과가 다음달 중순께 가려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시공권을 따내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이후 15년 만에 원전 수출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과 EDF의 입찰안 평가서를 지난 14일(현지 시각) 체코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가 심사를 마치고 체코 정부의 최종 검토 단계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검토 과정은 약 한 달이 걸리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달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르면 이달 말께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절차상 그보다는 조금 늦어질 전망이다. 오는 2029년 건설 착수, 초기 계획했던 1기는 오는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
◆시공권 넘어 '원전 생태계' 수출…'K-원전' 탄력받나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km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4기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총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체코 측은 당초 원전 1~2기 규모로 계획했지만 최대 4기 1200㎿(메가와트)규모로 확대했다. 두코바니 원전 5호기 하나만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3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 배경으로는 경제성이 꼽힌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당 (건설) 비용을 최대 25%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체코는 전력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원전 6기에 의존한다.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외에도 테멀린에서 100㎿급 원자로 2기를 운영 중이다. 체코는 2033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이번 수주는 원전 생태계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수원은 입찰에서 ARP1400을 바탕으로 만든 유럽 수출형 노형인 'APR1000'을 제안한다. 원전 설계부터 건설, 운전, 정비는 물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규제 시스템까지 생태계 전체를 수출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며, 향후 'K-원전'의 해외 수주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기 맞추는' 한수원 vs '인허가 유리한' EDF
당초 중국과 러시아 등 원전 강국도 참여 의사를 보였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상의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한수원이 지난 2022년 입찰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포함 3파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체코가 사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최종 수주전은 한수원과 EDF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발주사(EDUll)의 추가 요청사항을 반영해 팀코리아(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를 꾸려 수정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양측은 사활을 걸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한수원은 시공능력과 가격 측면에서 우위는 물론 '납기 준수'에 경쟁력을 지닌다. 건설에서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막대하게 불어나기에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은 중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원전 건설 단가는 프랑스 EDF 절반 수준인데, 공기를 맞추지 못해 발생할 추가 예산 리스크도 거의 없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 크게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EDF는 지난 2008년부터 영국 정부가 추진한 힝클리 원전의 준공 목표였던 2027년을 3년 늦춘 적 있다. 이 때문에 발주처는 총 건설비용을 약 77조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반면 EDF는 유럽에서의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인허가에 유리하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같은 유럽이란 점도 강점이다. 인접국이다 보니 육로로 이동할 수 있고, 체코의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유럽연합(EU)에서 조달할 때 힘이 될 수 있다.
◆바라카 이후 15년 만에 맞붙은 韓·佛
양국은 이번 수주전에서 지난 2009년 UAE바라카 원전 수주전 이후 15년 만에 체코에서 다시 맞붙는다. 그해 12월 한국전력은 팀코리아를 꾸려 바라카 수주전에서 EDF를 제치고 UAE원전을 수주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에 진입했고, UAE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후 경제·사회·문화·국방 등 전방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팀코리아'가 수주에 성공하면 15년 만에 성과를 내게 된다.
당시 수주전에서 밀린 프랑스는 이번에는 '유럽 원전 안방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지난 3월 EU내 원전 확대 진영 12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월 체코에 방문하는 등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안 장관도 지난 4월 체코 출장길에 올랐다.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전략으로, 우리가 정치외교적으로 불리한 면도 있지만 결과는 두고봐야 안다"면서 "우리는 산업 부문에서 협력하고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 시공능력을 갖춘 것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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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