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넉달새 36조↑…늘어난 국가채무비율에 커지는 재정준칙 필요성

지난해 국가채무 1092.5조…올 4월엔 1128.9조로 역대 최대
연간 1.0% 기초재정수지 개선해야 국가채무비율 60% 유지
野 "복지예산 삭감 우려" vs 정부 "복지예산 지출은 확대중"

국세 수입이 줄면서 연초부터 나라 곳간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데다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자 재정준칙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라빚 증가세를 제어하고 국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 3% 이내 유지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21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부에선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정부가 복지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의무지출이 대부분인 복지지출은 예산편성 시 우선 반영돼 준칙 도입으로 제약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국가채무 1092.5조…올 4월엔 1128.9조로 역대 최대

감사원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는 1092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9조1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비교하면 393조5000억원(56.3%) 늘어났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9%로 전년대비 1.1% 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총수입은 573조9000억원, 총지출은 610조7000억원으로 이에 따른 통합재정수지는 36조 8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였다.

나라빚은 올 상반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말 누계 국가 채무는 전월대비 13조4000억원 늘어난 1128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47조1000억원 적자를 보였고 관리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 적자였다. 이 같은 수치는 2014년 재정동향부터 월별 기준을 집계한 이후 4월 누계 역대 최대 적자규모를 보였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1조6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인데 올해 법인세 감소 등의 여파로 세입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감세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연간 1.0% 기초재정수지 개선해야 국가채무비율 60% 유지

중장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한다면 그리스, 프랑스, 포르투갈처럼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지난해 공개한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지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이후 국가채무비율은 2032년까지 연평균 0.7%p 증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2038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GDP 대비 기초재정수지(관리재정수지 중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비용을 제외한 수치)를 평균적으로 연간 1.0%p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불가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국가 재무건정성 중위험 국가가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론 그리스, 프랑스,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 14개국가와 중위험 국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野 "복지예산 삭감 우려" vs 정부 "복지예산 지출은 확대중"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는 22대 국회에서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재정준칙을 도입할 경우 복지 예산 삭감이 본격화되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영세 자영업자, 장애인, 아동 등을 지원하는 복지 예산을 줄이며 건전재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함부로 재정을 쓰지 못하도록 기준점을 정해둬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 3% 이내 유지할 수 있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복지 예산 지출은 지속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사회복지지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5.7%p 확대됐고 올해는 총지출 증가율 2.8%의 3배 이상인 8.7%로 편성하는 등 사회적 약자 지원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야당의 재정준칙 도입 반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선심성 복지 예산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추경 요구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이 도입되더라도 정부의 재정 운용이 '확장'에서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정혁신을 통해 재정누수 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되 약자 복지 강화 등은 과감히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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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