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준동맹 수준 안보경제 협력 강화…'위험한' 밀착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서명 예고
'자동군사개입' 전망 엇갈려…"서로의 족쇄"
ICBM 재진입·핵잠 등 첨단기술 이전엔 온도 차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개월 만에 마주 앉는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두 '불량국가' 정상들은 대외적으론 장기적 협력관계 강화를 과시하고 대내적으론 국제규범을 거스르는 위험한 거래를 약속할 수 있다.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서명…'자동군사개입' 조항 부활할까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서명할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초안을 18일 승인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땐 어떤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준동맹 수준의 안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의 관심사는 군사협력 격상 수위다. 일각에선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동맹 수준으로 양국이 밀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61년 7월 북한과 소련이 맺은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상호조약)에 존재했지만 1996년 상호조약 폐기와 함께 사라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 2월 '친선·선린·협조 조약'(신조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때 공동선언을 통해 유사 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한다고 명시했다. '자동개입'보단 낮은 수준의 군사협력 관계다.

자동군사개입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쟁 연루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러시아는 1990년 한소수교로 막을 올린 한국과의 관계의 사실상 파탄을 감수해야 한단 점에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동군사개입은 서로가 서로에게 족쇄"라며 "본인들의 전략적 자율성을 깎아 먹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군사기술 이전 '선물' 여부 관심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은밀하게 군사기술을 이전할지 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 수행단엔 국방장관과 차관 및 연방우주공사 사장이 포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무기 지원은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 지원 대가로 북한이 지난달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만리경-1-1호와 관련한 기술 지원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엔진)" 문제가 원인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이를 두고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엔진 기술을 기술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은 구세대 기체로 인해 열세인 공군력을 만회하기 위해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지상에서 공중으로 발사)미사일 관련 기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는 10일 러시아가 북한에 지대공미사일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80년대 러시아에서 도입한 전투기 '미그29' 성능 개량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그 29 등 노후한 전투기를 유지·보수를 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미그29 조종 디스플레이를 디지털 형식으로 바꾸거나 처리장치를 업그레이드 하는 식으로 조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핵추진잠수함 관련 핵심기술도 북한의 숙원 사업이다.

다만 이런 첨단 군사과학기술 이전은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어 러시아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크단 게 중론이다.

러시아가 원천기술을 주기보단 군사과학 기술자가 방문해 지원하는 식의 절충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자 송출·철도 협력 등 논의할 듯

푸틴 대통령이 개발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극동지역으로 북한 노동자를 송출하는 건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젊은 인구 유출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은 노동자 해외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를 원한다. 양 정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북한 노동자 송출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이 18일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더욱 발전키겠다고 공언한 관광 등에서도 향후 협력이 예상된다.

기고문에서 푸틴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결제 체계"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결제시스템 'SPFS'에 북한을 편입하거나, 양국 간 독자적인 러시아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인 식량·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이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안보리 제재는 북한에 반입되는 유류를 연간 원유 400만 배럴, 정제유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철도 협력 등 다양한 경제 분야 협력도 의제로 꼽힌다. 이번 방북 명단엔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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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