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윤 거부권 안 쓰면 상임위 교대" 역제안

국힘 '법사위·운영위 1년씩 교대' 제안…민주 "황당한 소리"
박찬대 "윤 거부권 쓰지 말라…조건 수락하면 긍정 검토"
주말까지 여야 협상 이어가기로…"우원식 의장 제안 존중"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1년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국민의힘의 '법제사법위·운영위 1년 교대'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도 철회할 것을 함께 요구했다.

여야 협상은 이번 주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요구 조건인 만큼 원구성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란 해석이 나온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원구성과 관련한 언론브리핑을 갖고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22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자는 국민의힘 제안에 "황당하다"며 "전날에는 원구성을 불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고 하루 뒤엔 1년씩 하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민심을 배반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협잡"이라며 "총선 민심은 윤 정부의 실정을 야당이 중심이 돼 국회가 잘 제어해 국정을 정상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필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법사위와 운영위는) 거래대상이 될 수 없다"며 "협상안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협잡하자고 하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신뢰"라며 국민의힘에 세 가지 원구성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윤 대통령은 향후 1년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국민의힘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며 "서로 협의하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지키는 측면에서 거부권 행사를 비롯한 행정부의 부당한 입법부 침해에 대해 국민의힘도 입법부 일원으로서 적극 항의하고 맞서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상임위 교대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세 가지 조건을 지키면 법사위와 운영위를 여당에 줄 수 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 철회도) 시노리를 쌓는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 자체가 협상을 위한 진정성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협상 시간은 이번 주말까지 갖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주말까지 협상을 지속하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속히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지만 원활한 국회 운영을 바라는 국회의장 뜻을 존중한다"며 국민의힘이 자당 몫의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 등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 같은 제안이 '명분쌓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독주를 막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칭찬 받아야 될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향후 1년간 윤 정권이 국민들의 시선에서 중요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신뢰의 출발"이라며 "신뢰가 쌓일 때 이 부분(국민의힘 제안)을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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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