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경색 책임 윤에 돌리며 "국회 존중" 촉구
일부 원로 "검사 탄핵 추진 실익 따져봐야"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원로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소통 문제가 정국 경색을 촉발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을 거론하거나 이재명 전 대표 의혹 사건 수사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당내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원기·임채정·이용득·문희상 등 민주당 원로 7명은 전날(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협치가 사라진 정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문희상 상임고문은 "한국 정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불신을 넘어 정치 실종, 정치 붕괴 상황"이라며 "상대방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그저 따지는 정치는 상생의 정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정치 실종과 정치 부재, 정치 붕괴를 가져온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채정 상임고문은 "지금 민주당 처지가 야당이면서 여당이기도 한 미묘한 지점에 서 있다"며 "민주당은 정권만을 목표로 한 당도 아니고 역사를 항상 쳐다보면서 발전하고 추진해왔던 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정치의 전망이 많이 갈릴 수도 있다"며 "시대를 짊어진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참여자가 100만명을 넘었는데 윤 대통령이 채해병 특검법을 거부하는 순간 곧바로 200만명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175명의 의원이 단일대오를 구성해 상식을 바로잡는 투쟁을 해야 하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 2년 동안 윤 정부 하에서 시달린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바로잡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처럼 하지 말고 책임 있게 새로운 길을 가야 된다"고 밝혔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제는 당원 중심 대중정당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고쳐 맬 시점"이라며 "국민이 주신 총선 승리를 넘어 정권 교체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참가자 말을 종합하면 원로들은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부 원로는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탄핵소추 대상 검사들이 모두 이 전 대표나 당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상임고문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사 탄핵 부분과 관련해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는데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표 간 영수회담 이후 '정치의 봄날'이 오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어서 국민들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문 전 의장은 "지금 대통령을 상대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우리 내부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지리멸렬할까봐 불안하다"며 "전열을 전부 가다듬어 싸워야 할 때다. 그래서 거기에 방해되는 말은 일체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원로들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탄핵 공세에도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청원 참여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엄중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실제 추진이나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찬에 참석한 한 고문은 "직접적으로 당내 현안에 쓴소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도 "탄핵 공세와 입법 독주 분위기에 대해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과유불급이라는 조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