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직무 범위 명확하지 않아…부당 노동 강요된다"
"주거·식사 등 전반적 생활조건 아직 공개 안돼"
양대노총이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관련해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인권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6일 각각 성명문을 내고 입을 모아 이 같이 밝혔다. 고용부가 이날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한 것에 따른 입장이다.
고용부는 외국인력 도입과 관리를 수행하는 부처로, 서울시와 함께 협업해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내국인 돌봄인력의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고용허가제(E-9)인력인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한국에 들어온다.
우선 양대노총은 해당 사업과 관련해 가사관리사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실행가이드라인이나 현지 선발 공고를 보면 아동 돌봄 등 필수적인 노동 외에도 거의 모든 가사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주 입장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직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취약한 위치의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하게 노동이 강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도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이주 가사관리사가 아동, 임산부 외에 동거가족에 대해 부차적이고 가벼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가사관리사 1인에게 가구의 모든 돌봄서비스를 전가할 수 있는 애매한 조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봄의 전문화를 역행하는 것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생활조건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은 "입국이 보름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이들에 대한 명확한 주거와 식사, 교통 등 전반적인 생활조건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시범사업이라 해도 한국에 적응하기 위한 지원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숙소 공간이 저렴하고 안전해야 한다"며 "시범사업 기간에 공동숙소에서 생활한다고 하는데 통제 중심으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국노총은 이번 시범사업을 두고 "돌봄의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부와 서울시에 요구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인권보호 대책을 더욱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업무 수행 중 긴급 상황을 자국어로 신고할 수 있게 할 것 ▲취업교육 시 노동조합과 인권단체에서 관련 교육을 할 것 ▲통역자가 상시적으로 배치돼 의사표현이 잘 이뤄질 수 있게 도울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사업 기간 동안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자간, 또는 삼자간 노동자 권리 점검 위원회를 통해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시업사범 기간 이후의 고용 대책과 관련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계약기간은 최소 1년이다. 다만 이번 사업은 6개월로 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한국어 시험 등 자격요건을 갖추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소 1년은 고용기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6개월 시범사업 이후 다른 업종전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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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