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잡고'…전남 제초용 우렁이 사업, 혈세 '줄줄'

전남도·시군, 왕우렁이 공급 32억, 방제엔 5억
한 쪽에선 공급, 한 쪽에선 방제 '촌극' 빚어져
"이런 피해는 처음" 9개 시군 논 5034㏊ 피해
농민 "온난화로 개체 수 급증…적정 공급 고민"

무농약 제초용 왕우렁이 공급 사업에 매년 수십억원을 들이는 친환경 농도 1번지 전남도에서 우렁이에 의한 어린 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왕우렁이를 농가마다 꾸준히 공급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모 피해를 막고자 방제 작업을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면서 이중으로 소중한 혈세가 새고 있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도와 21개 시·군(목포 제외)은 올 한해에만 32억1600만원(도비 4억, 시·군비 28억1600만원)을 들여 친환경·일반농가 논 2만92562㏊에 제초용 왕우렁이를 공급하고 있다.

1992년부터 들여온 남미산 왕우렁이는 논에 자라나는 잡초를 먹어 제초 효과가 98.6%에 이른다.

전남도는 저렴하면서 제초 효과가 큰 왕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 보급에 십수년간 지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겨울철이면 자연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나기를 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급기야 성체 우렁이가 잡초뿐만 아니라 어린 모까지 먹어치우는 실정이다. 우렁이를 공급하지 않은 농경지에도 수로 등지를 통해 흘러들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에만 9개 시군(강진·고흥·해남·장흥·영암·무안·완도·진도·신안)에서 왕우렁이에 의한 모 피해 면적이 5034㏊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부터 해남·진도·장흥 등 남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피해는 있었지만 대규모 피해가 확인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근에는 해안뿐만 아니라 내륙 농경지까지 왕우렁이 개체가 급증, 피해 범위 역시 커지고 있다. 해남 등지에서는 수로 주변 어린 모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 올 들어 4차례나 모 심기를 한 농가도 있다.


피해가 확산하자 전남도와 각 기초지자체는 예비비 5억2400만원을 들여 피해 농가에 친환경 인증 살충제를 공급, 왕우렁이 방제에 나섰다.

친환경 농법으로 각광 받던 왕우렁이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면서 한 쪽에선 공급, 다른 한 쪽에선 퇴치에 혈세를 이중으로 붓고 있다는 촌극이 펼쳐진 셈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는 "왕우렁이가 제초 효과가 크면서도 비교적 저렴해 농민들이 선호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피해가 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근심이 깊다"면서 "농민들이 피해 예방 노력을 기울여도 온난화 영향 탓인지, 왕우렁이의 생존률이 높아지고 개체 수도 급격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관련 농법의 보완 대책 등을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생태계 변화에 따른 왕우렁이 식생까지 바뀌면서 확산 중인 어린 모 피해에 대한 철저한 피해 실태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왕우렁이 농법의 제초 효과는 최대한 살리면서 어린 모 피해 확산은 최소화할 '운영의 묘'를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7월 한달 동안 피해 농가 대상 집중 방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각 농가에 왕우렁이 관련 논 고르기, 겨울 논 갈이 등 효율적인 관리법을 널리 알리겠다. 개선 대책 수립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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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함평 사회부 차장 / 김민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