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될 뻔한 충칭 임정 청사…알고보니 광복군 딸이 지켜

충칭 임시정부 청사 주변 아파트촌 변모
이소심씨 "원래 아파트로 지어질 계획"

중국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재개발돼 아파트로 변해버릴 위기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중국 첫 공식 일정으로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 [충칭(중국)=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현지시간) 중국 충칭시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4.07.28. (사진=서울시 제공)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돼 한국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1932년 4월 윤봉길의 훙커우 공원 의거 이후 상하이를 떠나 항저우,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을 거쳐 1940년 충칭에 자리 잡았다.

1945년 1월 충칭 연화지로 청사를 옮긴 임시정부는 그해 8월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항일투쟁을 이끌었다.

해방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내로 돌아온 뒤 충칭 임시정부 건물은 여관, 학교, 주택 등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1994년 6월 독립기념관과 충칭시 대외인민우호협회가 청사 복원 협정을 체결했고 1995년 8월 복원이 됐다.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이전에 어떤 건물이나 시설 따위가 있었던 터) 진열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재개관한 이 건물은 현재 한국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전문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청사 내 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이달 선생의 장녀 이소심(85)씨, 김동진 선생의 딸 김연령(69)씨 등과 대화를 나눴다.

김좌진, 김원봉 등과 함께 활약한 이달 선생의 딸인 이소심씨는 충칭 임시정부 청사가 재개발될 뻔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오 시장에게 "이 건물이 원래 아파트로 지어질 계획이었는데 제가 충칭시 정부와 한국 정부에 이곳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에 오 시장은 궁금증을 풀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러지 않아도 여기 주변이 다 아파트촌인데 이곳만 보존이 돼 있어서 누군가는 아마 이곳의 보존을 위해 애쓰시고 노력하고 요청하신 분이 계실 거다 해서 여쭤봤었다"고 했다.

이에 이씨는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충칭에 있었던 7년 동안은 임시정부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그때 상하이에서 시작해서 충칭까지 임시정부가 없었으면 후손들이 굉장히 마음이 헛헛하고 공허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충칭 임정 주석 판공실 비서를 지낸 김동진 선생의 딸인 김연령씨는 독립운동사 연구 내용을 임시정부 청사에 기증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씨는 "저는 퇴직 후 아버지가 활동했던 곳으로 가서 사료 등 자료를 모집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저희 아버지가 했던 연설의 원본들은 중국 공산당 자료집 등에 기록돼 있다. 지금도 계속 자료를 갱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지금 원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제가 늙은 다음에 제가 소장한 자료들을 국립대학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자료 발굴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료 발굴하시고 채록하시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형태를 보존하시는 데 많이 필요한 게 있으실 텐데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서울시에 요청해 달라"며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데까지 도와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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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