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으로 몸 가리고 침입'…광주 모텔 강도살인 현장검증

경찰, 범행 수법 확인하며 동선 등 재구성
피의자, 한 달 전 방문 기억 되살려 범행
"피해자에 하고 싶은 말" 질문에 '깊은 한숨'

지난 6월 광주 한 폐업 숙박업소에서 발생했던 강도살인 범죄에 대한 현장 검증이 열렸다. 피의자는 한 달 전 범행 장소에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침입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9일 서구 양동 한 폐업 숙박업소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최근 입건된 A(61)씨를 동반한 현장 검증을 벌였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폐업 숙박업소 1층 로비에서 소화기를 이용해 업주 B(64)씨를 살해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현장 검증은 A씨의 범행 과정 전반에 대한 수법과 동선을 재구성, 범죄 사실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번번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초래해왔다.

폐업 숙박업소에 침입한 이유를 묻는 경찰 질문에는 최초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심문 끝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살해 행위가 이뤄졌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돼 최초 '살인' 혐의가 '강도살인'으로 변경됐다.


A씨에 대한 현장 검증은 폐업 숙박업소에 접근하기 시작한 지점부터 도주로까지 직선거리 약 100m 구간에서 이뤄졌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던 상황 등을 재현하고자 A씨는 챙겨온 장갑과 검정 장우산을 썼다.

A씨는 범행 한 달 전이었던 지난 5월께 숙박업소 주차장에 몰래 들어가 노상 방뇨한 기억을 되살려 같은 수법으로 범행 장소에 침입했다. A씨는 숙박업소 정문이 아닌 옆 건물 사이 철제 담장이 설치된 샛길로 들어섰다.

철제 담장이 이어지지 않았던 뚫린 구간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었지만 범행 당일에는 우산으로 몸을 가렸다.

샛길을 통해 주차장으로 들어선 A씨는 장갑을 낀 손으로 주차장과 연결된 숙박업소 후문 문고리를 돌렸다. 열리지 않자 주차장에 놓여있던 쇠 지렛대를 가지고 와 문틈으로 비집어 넣고 강제로 열어 젖혔다.

이후 A씨는 소음을 듣고 5층 주거지에서 내려온 B씨와 1층 로비에서 마주친 뒤 몸싸움을 벌이다 주변에 놓여있던 소화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를 살해한 뒤에는 숙박업소 곳곳을 돌며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챙겨 파란색 비닐봉투에 담았다. 쇠 지렛대는 B씨의 방 이불 속에 숨겨뒀다.

계단실을 통해 숙박업소 쪽문으로 빠져나온 A씨는 챙겨온 장우산을 주변 풀숲에 버린 뒤 곧장 달아났다.


현장 검증을 마치며 나온 A씨는 취재진의 범행동기·우발적 살인 주장 등을 묻는 질문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다만 '피해자와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숨을 깊게 내몰아 쉬었다.

경찰은 앞서 지난 22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토대로 수사에 나서 숨진 B씨를 발견했다. B씨의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둔기에 의한 두부골절상으로 확인됐다.

B씨가 운영하던 숙박업소는 지난달 중순 폐업했다. B씨는 폐업 이후에도 숙박업소에서 홀로 지내왔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통해 A씨가 범행 직후 숙박업소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을 확인,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특히 A씨가 살해 범행 당일 시내버스에서 휴대전화를 훔쳐 입건돼 조사한 기록을 토대로 수사 개시 하루 만에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씨는 지난 2011년 살인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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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