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비판 성명 발표
어디에도 '강제동원'·강제노동' 언급 없어
일본 니기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대한민국과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 흔적을 지우려 조율했다는 언론 보도에 국내 관련 단체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9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향해 사도광산 현장에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촉구했고 이를 외교적 성과로 치장했지만, 정작 현장에 설치된 전시물 어느 곳에도 '강제동원', '강제노동'과 같은 단어가 기재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기타현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이 대규모로 이뤄진 곳이다. 일본은 2018년부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려고 시도했으며 지난 27일 등재됐다.
단체는 "지난 28일 요미우리신문은 사도광산에 대해 '한·일 정부가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와 관련, 현지 전시 시설에서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당시의 생활상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며 "이같은 보도는 우리 외교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외교부는 지난 2015년부터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해 (조율)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역사왜곡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과 조율을 거쳐 강제노동 표현을 넣지 않기로 한 것이라면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한반도 불법 강점과 식민 지배에 따른 강제노역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일본의 주장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승인해 준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대응도 어처구니없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되풀이해서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과거 약속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이 2020년 지어올린 '산업유산정보센터'를 통해서도 역사 왜곡 및 날조 선전장으로 쓰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의 의도를 모를 리 없으면서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본의 사실 왜곡을 우리 정부가 손들어준 것"이라며 "이 과정에 사전 조율을 거쳐 강제노동 표현을 배제한 것이라면 제2의 매국 행위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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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