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인터뷰 통해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검찰, 대선 개입 의도 있었던 것으로 의심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희대의 언론탄압"
법원 "간접정황 많다" 검찰 공소장 지적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사건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31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등 4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서 앞서 향후 재판의 쟁점과 증거 등을 논의하는 절차를 말한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구속 상태인 신 전 위원장과 불구속 상태인 한 기자가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제출 예정인 증거 기록은 약 5만 쪽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서 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배경 사실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의혹을 과도하게 담았다는 것이다.
신씨 측 변호인도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이 사법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쌓아 올린 모래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서 어떠한 협의나 가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도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공소장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기재되어 있다"며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민간사업자들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간의 관계를 단정적으로 적시한 부분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인데 이렇게 되면 저희 재판부가 이들의 관계를 판단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위 사실과 간접정황이 너무 공소사실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명예훼손 사건의 공소장에 맞게 공소사실을 다듬는 등의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씨가 윤 대통령을 타격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고 했단 의도를 밝히기 위해 기재했다"며 "대선 경쟁 상대인 이 전 대표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설시했단 것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경쟁 후보 관계였던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중 한 명에 대한 명예훼손은 다른 후보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봤다"며 불필요한 기재에 대해선 재판부의 지적에 따라 생략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기자는 법정에 출석하며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 기자는 "저는 이 사건을 일부 정치 검사들이 작당해 벌인 정치 수사로 규정한다"며 "이번 수사는 수사 자체의 정당성도 없지만 수사 과정도 불법투성이였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처음부터 검찰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진행한 희대의 언론탄압"이라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씨와 신 전 위원장 등은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둔 2022년 3월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라는 의혹을 받은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전 위원장은 이와 별도로 지난 2022~2023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를 건넨 뒤 이 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으로 건네진 사실이 알려지자 "1억5000만원을 달라, 돈을 주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겠다"고 협박해 4700만원을 갈취한 '공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보도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비리로 막대한 이익을 취득한 김씨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프레임을 만들고, 본인과 친한 기자와 언론사를 통해 민의를 왜곡시키고 금품을 주고받은 사건'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인터뷰 이후 김씨에게 허위사실을 보도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과 함께 1억6500만원을 받고, 이를 서적 매매대금인 것처럼 꾸며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을 가장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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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