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도심 속 오아시스, 스마트 승강장 인기...."이제 좀 살겠네"

냉난방 시설 갖춰 실내 25도 유지하는 쉼터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인기…83%가 '만족'
광주에 44개소…전체 정류장의 1.85% 수준

"아이고, 이제야 좀 살겠네"

지난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 인근 한 버스정류장. 시장 장날을 맞아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운 한 이모(76·여)씨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광주(풍암)의 최고 체감온도는 36.6도. 소나기가 내린 뒤 습도까지 높은 탓에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어르신의 얼굴을 붉다 못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씨는 "찜통 같은 더위에 시장통을 돌아다녔더니 딱 죽겠다"며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정류장에 들어오니 이제 좀 살겠다"고 말했다.

냉방시설을 갖춘 말바우시장(동) 정류장에는 이씨 말고도 시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많았다. 이미 앉을 자리가 없는 탓에 한 학생이 문밖을 서성거리자 한 어르신은 "이리 들어와, 밖에 너무 더워"라고 안으로 들이기도 했다.


해당 정류장에는 천장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자동문 위쪽에는 에어커튼도 있어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비슷한 시각 북구 전남대학교 정류장에도 한 어르신이 의자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바깥 온도는 35도를 넘어섰지만 정류장 내부 온도는 26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던 박모(72)씨는 "더워도 너무 더워 밖을 돌아다니기가 겁난다"면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나왔는데 쉬었다 가련다. 여기 버스정류장은 에어컨이 있어 이런 날씨에 쉬어가기 딱 좋다"고 했다.

광주지역에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냉방시설을 갖춘 버스정류장 '스마트 쉘터'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4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스마트쉘터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승강장이다. 에어컨과 에어커튼, 난방기, 냉온열 의자 등 냉난방시설은 물론 와이파이(WiFi)와 휴대전화 충전기 등 시설을 갖췄다.

승강장마다 다르지만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돼 있거나, 통합관제센터,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통화장치, 24시간 가동되는 내외부 방범 폐쇄회로(CC)TV, 응급 환자를 위한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여름철에는 시내버스가 운행하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냉방시설이 가동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밀폐된 부스 형태의 공간 안은 25~26도 수준의 기온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2021년부터 속속 조성되기 시작해 광주에는 현재 ▲동구 2개소 ▲서구 2개소 ▲남구 4개소 ▲북구 12개소 ▲광산구 24개소 등 총 44개의 스마트쉘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역 전체 정류장이 2378개소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85% 수준에 불과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뚜벅이' 시민들은 스마트쉘터가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위는 물론 갑작스레 내리는 폭우 등도 피해갈 수 있어서다.

실제 스마트쉘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광주 남구가 스마트셀터 이용자 386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83%(321명)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단연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시스템 가동이었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추가 설치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쉘터 하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8000만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인도와 접하는 버스승강장 특성상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추가 확대를 하고 싶지만 예산과 부지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 기부체납 등 방식이 아니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름철 무더위 속 시민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기 점검 등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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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