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토론회 '검사탄핵' 질타…"변론 전 기각·탄핵안 표결 제한"

"중대한 불법행위 등 탄핵 요건 못 갖춰"
"헌재서 기각될 것…직무 배제 의도했나"
변론 전 기각·탄핵 표결 제한, 대안 제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가 국회의 심각한 권한 오남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탄핵소추 남발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6일 오후 대한변협회관 세미나실에서 '검사 탄핵의 쟁점과 과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김 협회장은 "탄핵심판 제도가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법치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검사 탄핵과 관련된 쟁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탄핵의 본질과 민주당 검사 탄핵의 헌법적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 돈봉투 의혹 등 특정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정당한 사유 없는 권한 오남용이라는 주장했다.

차 교수는 이번 탄핵소추가 ▲직무집행에 관한 것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때'라는 불법행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행위 등 탄핵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재명 대표·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겨냥한 탄핵소추라는 점에서 보복탄핵, 방탄탄핵, 표적탄핵 등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검사를 탄핵했다는 것이 아니라 탄핵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탄핵, 탄핵의 본질에서 벗어난 탄핵이라는 점에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파면이나 해임에 이를 정도의 탄핵사유가 되지 않음에도 정치적 보복수단이나 당파적 공격무기로 검사 등에 대해 탄핵제도를 남발할 경우 의회민주주의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토론회에서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나 장관,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을 할 때 그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 확인되지 않으면 인용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완 검사를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를 기각할 때 헌재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차 교수는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에서 문제되는 점은 유우성에 대한 공소제기가 보복기소로써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며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된 기준이 똑같이 적용된다면 최근 소추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탄핵소추를 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검사들의 직무배제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이는 고위공직자를 통제하는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심판이 지연되면 탄핵소추된 고위공직자는 직무가 배제된 채로 사실상 임기를 채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탄핵소추는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의 재판을 맡은 사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 교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태도들도 문제되고 있다"며 "직무배제로 인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고 공소유지에도 많은 지장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탄핵소추 권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변론을 열지 않고 바로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또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탄핵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보완을 지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국회법에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국회의 다수당은 무리하게 탄핵소추 의결을 통해 상대 진영에게 정치적 공격을 할 수 있다"며 "탄핵제도의 여러 허점들이 보이고 제도상 흠결에도 불구하고 탄핵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오늘날보다 체계적이고 정치하게 탄핵제도 전체를 상세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는 이태한 대한변협 부협회장, 이광수 대한변협 법제위원회 위원,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김혜진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김도윤 대한변협 법제위원회 위원, 박종실 법률파트너스 이룩 변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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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