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최 경축식·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 기념식 따로 개최
우 의장·야6당 정부 행사 불참…100여명 광복회 기념식 참석
한동훈 "이견 있다고 불참…유감" 이재명 "부끄러운 광복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여파로 8·15 광복절 경축식이 둘로 쪼개져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친일'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반발하며 정부가 주최하는 경축식 참석을 거부하고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정부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거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독립유공자 유족과 주한 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 등 2000여명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 서두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이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근본 가치는 바로 자유로서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19년 3.1운동을 통해, 국민이 주인 되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치된 열망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열망을 담아 상해 임시정부를 세웠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독립운동을 펼쳐나갔다"고 말했다.
3·1운동, 임시정부, 독립운동을 모두 거론, 광복회와 갈등을 촉발한 건국절 논란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그러나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불참했다. 야권에선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만 '원칙을 지키겠다'는 판단 하에 자리했다.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병석 전 의장이 2021년 순방과 겹쳐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우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 헌법정신 수호와 여야 간 중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무 사이에서 깊이 고심했다"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대표로서 국민 대다수의 뜻, 나아가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경축식에는 참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광복회는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독립운동가 유족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인사 100여명도 정부 경축식 대신 개별 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개최된 것은 1965년 광복회가 창설된 이래 처음이다. 광복회 김 관장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성향 인물로 지목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축식 행사에 앞서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순국 선열에게 사죄하라"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의장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세종문화회관 앞인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굴종 외교 규탄' 회견을 열고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차마 고개들 수 없는 부끄러운 광복절"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전진을 역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국민의 민생에는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며 "민주당은 이 정권의 몰역사적인 굴종 외교와 친일 행보를 멈춰 세우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힘주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친일몰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맞공세를 폈다.
한동훈 대표는 우 의장과 야당이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굳이 불참해 마치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인사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광복절은 우리 국민 모두의 축하할 만한 정치 행사"라며 "불참하신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에 여념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에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광재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민주당의 경축식 불참은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훼손하고 국가 경사인 광복절을 스스로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리는 행위"라며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역사 팔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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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