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헌법 속 역사성 부정한다"며 野 퇴장
"박근혜 탄핵 잘못돼…역사가 재평가"
'죽음의 굿판' 발언에 "사과 요구 안돼"
실질임금 감소에…"그런 말 처음 들어"
장장 13시간에 걸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발언 등에 야당 의원들이 항의·퇴장하며 막을 내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극우', '반노동' 발언 등을 문제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청문회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그의 '건국절' 논란을 부르는 발언들이었다.
김 후보자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건국 70주년은 행사 못하겠다, 건국은 1948년 8월15일이 아니라 1919년이다'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자 "일제시대 때 우리 국적은 일본이었다"며 과거 입장을 고수했다.
또 김 후보자는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냐"며 "나라를 뺏겼으니 당연히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측은 "1919년 당시 임시정부가 있었고 헌법 전문에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나와있다"며 "반국가적, 반역사적 발언이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김 후보자는 "임시정부는 임시정부일 뿐"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식 정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1919년에 국가가 있었다면 815 광복절 행사는 왜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들이 이어지자 김주영 환노위 야당 간사는 "후보자는 명확하게 우리 헌법 전문에 담겨있는 역사성을 부정하는 답변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야당 의원들과 청문회장을 떠났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그가 과거에 한 극우성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김 후보자는 "박근혜 탄핵은 역사가 재평가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 '세월호 참사는 죽음의 굿판' 등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부터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청문회 진행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가 학생운동을 1970년부터 시작해 노동현장에도 한 7년 있었다. 그 이후 동구권 몰락을 보고 비참한 공산국가들의 현실을 보면서 제가 꿈꾸던 이상은 현실과 너무나 차이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며, "재야 속에서 외치던 청년기 저의 말과 국회의원 때의 말, 도지사할 때의 말과 오늘의 김문수의 말은 상황 자체가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했던 말의 일부를 가지고 위원님들께서 시비를 하시면 1년 내내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문제도 많이 있을 것이지만, 어떤 경우는 토론을 해봐야 할 점도 있을 것"이라며 "위원님들 지적을 모두 받아들이고 사과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오늘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해주시는 것은 그대로 겸손하게 잘 받아 말씀을 새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발언 중 상처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발언 지적에 받아들일 것은 충분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대부분의 논란 사안에 대해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탄핵은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학년에 나이도 같고 같이 쭉 살았기 때문에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저도 뇌물죄다. 그분은 정말 뇌물도 알지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당시 '박근혜 딸이 정유라'라든지 '박근혜가 불륜을 했다', '청와대에서 굿판을 했다' 등 거짓말이 많았다"며 "잘못된 게 있더라도 탄핵되고 (징역) 30몇년 받을 중범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를 거부하고 건국 자체를 부정한 폭동"이라고 했다.
이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국가가 사과를 공식적으로 한 사건인데 이런 분이 어떻게 국무위원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할 수 있느냐. 절대 안 된다'고 하자, "4·3은 명백하게 남로당에 의한 공산폭동"이라며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양민이 희생된 데 대해 국가가 사과한 것이다. 분명히 구분하셔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 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저로서는 세월호가 매우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가 청문회라고 해서 강제로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 노조를 '자살특공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기억하기로 그분들이 '우리는 자살을 하면서도 진압을 막겠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는데 그랬다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며 "본인들이 말하지 않은 것을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주질의 말미에 "제가 사과를 싫어하거나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장관을 하기 위해 무조건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장에서 시위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 그 과정에서 과도한 발언도 많이 있었고, 유튜브 할 때 심한 발언도 많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들이 의원님들이나 관계되시는 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거나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 점은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든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는데 이게 정상이냐'고 묻자, "감소한다는 말은 제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2024년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고, 2022년에도 2021년과 비교해 0.2% 감소했다.
이에 박 의원은 "실력에 대한 문제까지 들어가야 되느냐"며 질타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생각하는 노동약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적용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라며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식당, 편의점, 미용실, 영세중소기업 등 이 분들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지가 벌써 7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근로기준법을 거의 적용 못 받고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조차 적용을 못 받는 이런 소외된 분들을 두고 어떻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래서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대법원이 인정한 현대제철의 불법 파견과 관련해 이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현대제철이 저지른 불법에 대해 엄단하라"고 하자 김 후보자는 "해야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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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