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기후위기 헌법소원, 헌법불합치 결정
원고단체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이뤄질 것으로 믿어"
"오늘의 판결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판결이 아닙니다. 헌법을 통해서, 그리고 정부의 책임으로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선언이고 정의로운 기후 대응의 시작점입니다." (이영경 시민기후소송 청구인)
헌법재판소(헌재)가 29일 우리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지난 2020년 기후소송을 제기했던 시민단체들은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기후 헌법소원 공동 대리인단과 원고단체들은 이날 오후 3시58분께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 8조 1항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현저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원 일치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준 헌재의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5년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2020년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소년기후소송을 시작으로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 40%를 줄이기로 법률로 정한 녹색성장 기본법, 탄소중립 기본법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보호조치로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취지에서다.
아기기후소송의 한제아(12) 청구인은 "어린이들이 헌법소원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이번 판결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우리의 행동이 달려 있다"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청소년기후소송의 김서경(22) 청구인도 "기후 헌법소원의 위헌 판결은 기후위기 속 보호받을 우리의 기본권 존재를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재난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오지만 재난을 마주하는 사회는 언제나 우리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판결로 시작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기대한다. 우리는 아직 더 할 것이 남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원고단체들은 피켓을 들고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 구호를 외쳤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26년 2월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기후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다만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3조 1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됐다. 청소년 기후소송 대리인인 이병주 변호사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으나 독일 기후 소송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국회의 후속법 개정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전체에 대해서 실질적인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 최초의 '청년기후소송'을 대리하는 아사오카 미에 키코네트워크 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사법적 결정으로, 일본의 2035 감축 목표와 에너지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에는 헌재나 인권위 같은 인권 구제 시스템이 없는 만큼 일본 법원은 청소년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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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