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교과서 32종 검정 통과…해묵은 이념 논쟁 단초 되나

교육당국, 관보에 검정교과서 92책 681종 합격 공고
정치권 이념 논쟁…이승만, 건국절 등 관련 서술 주목
검정 통과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논란 조짐

윤석열 정부 들어 건국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등 이념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새로운 역사교과서 검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역사적 쟁점들이 어떻게 담겼을 지에 따라 한동안 교육계에서 소모적인 정파적 논쟁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년 1학기에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및 교사용 지도서 92책에 대한 검정 심사에서 총 681종이 합격했다.



합격한 교과서들은 이르면 다음 주 인쇄본으로 학교에 배포되며, 학교장은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합한 교과서를 주문한다.

교육계에서는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중에서 근현대사와 관련한 내용이 이념 논쟁의 소재로 꼽혀 왔다. 이번 심사를 통과한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9개 출판사의 32종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틀을 짰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역사 교육과정의 기술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 막바지였던 2022년 8월, 교육과정 초안 성격인 '국민참여소통채널 탑재본'의 한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를 '자유 민주주의'로 표기하지 않고 '남침' 등의 표현이 빠졌다는 논란이다.

막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교육부는 교육과정 집필진들에게 수정 및 보완을 '요청'했고, 결국 같은 해 11월 '남침' 표현이 들어가고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명시한 행정예고안을 마련했다.

새 교육과정은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1월 '5.18 민주화 운동', '제주 4·3' 등의 내용이 축소, 제외됐다는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인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편찬준거)에 이들 표현을 담도록 정해 갈등을 정리했다.

이처럼 정부 초기부터 역사 교육과정을 두고 표현상의 논란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이념 논쟁이 계속됐던 만큼, 새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불안과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지난 2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개봉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1948년 8월15일을 '정부 출범'으로 보는 시각과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해묵은 '건국절 논쟁'도 계속됐다.


최근 취임한 역사 관련 기관장들의 과거 '우편향' 전력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단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교육과정 개정 권한을 교육부에서 넘겨 받은 국가교육위원회 이배용 위원장, 지난 7월말 취임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신임 원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여한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최근 취임한 김주성 한중연 이사장도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을 지낸 인사다.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돼 2020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였다. 교육과정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쳤지만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철회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검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동안 보수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는 지적을 해 왔던 만큼, 이들의 관점이 반영된 역사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검정을 처음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이 제작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벌써 논쟁 조짐이 있다.

해당 교과서는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혁명으로 물러난 이승만 정권을 기술하면서, 다른 교과서들이 '독재'라고 쓴 것과 달리 '장기 집권' 등의 표현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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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