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침입 보이스피싱 중계기 설치한 외국인 징역형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 설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항공권을 지원받아 국내에 입국한 뒤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인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말레이시아 국적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지난해 6월 텔레그램을 통해 A씨에게 접근해 한국행 항공권을 제공해줄 테니 중계소 설치·관리를 하면 건당 1000링깃(한화 약 28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제안을 수락한 A씨는 같은해 7월7일 국내에 입국, 같은달 17일부터 8월1일까지 대전에서 건물 4곳에 침입해 옥상 분전함에 전화번호 중계소를 무단으로 설치하는 등 총 10개 회선으로 2199차례에 걸쳐 해외번호가 국내번호로 거짓 표시되도록 변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지난해 7월18~25일 5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총 1억5353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설치한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 판사는 "A씨는 자신이 설치한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사기 등 범행에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고, 충분히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서 "다만 A씨는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그리 크지 않고, 앞서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와 함께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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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