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사학비리' 이홍하 설립 대학 간 횡령교비 반환소송 결과

'대학 돌려막기 설립' 비리사학 이홍하씨 1000억대 교비 횡령 발단
광양보건대, 타 대학 2곳에 "횡령 피해액 반환" 소송…엇갈린 1·2심
파기환송심 "교비 횡령액, 다른 대학 법인에 입금 단정하기 어려워"
'사학비리 피해' 대학 간 손해배상책임 인정 안 돼…이씨는 만기 출소

'문어발식' 대학 설립으로 1000억대 교비를 빼돌린 이홍하(84)씨가 세운 학교법인 중 1곳이 이씨의 횡령 범행으로 다른 대학법인들에 흘러간 교비를 돌려달라며 낸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김성주·최창훈·김진환 고법판사)는 광양보건대 운영 법인 양남학원이 다른 대학법인 서남학원(파산)·신경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양남학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원고와 피고들 모두 비리 사학인 이홍하씨가 세운 대학 운영 학교법인이다.

이씨는 1991년 옛 서남대(서남학원), 1994년 광양보건대(양남학원), 2005년 옛 신경대(신경학원·현 화성의과학대) 등 대학 법인 6곳을 세웠다. 이씨는 기존 학교 등록금으로 다른 학교를 세우고, 부족한 학교 재정을 다른 학교에서 교비를 끌어오는 등 '돌려막기' 식으로 사학을 부실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광양보건대 등 대학 4곳에서 교비만 898억원, 자신 소유 건설업체 자금까지 총 1003억원을 횡령했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에 벌금 9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형사 재판과 별개로 양남학원은 교비를 횡령한 설립자 이홍하씨 뿐만 아니라, 산하 광양보건대에서 빼돌린 교비 일부가 흘러 들어간 두 학교법인(서남·신경학원)도 불법 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이번 민사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이씨에 대한 배상 청구액만 일부 인용됐고 두 학교법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항소심은 이씨 외에도 서남학원·신경학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고, 이씨의 항소는 기각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피고들인 두 학교법인이 원고인 양남학원의 횡령 피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지난해 6월부터 광주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은 상고가 기각된 이씨를 제외하고, 학교법인들 사이의 부당이득금 반환·지연 손해금 청구에 대해서만 심리했다.


▲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 (사진=뉴시스DB)

양남학원은 '적어도 산하 광양보건대에서 횡령한 교비 중 두 학교법인에 귀속된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서남학원은 20억3000여 만원, 신경학원은 27억3000여 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가 이른바 '법인 기획실'을 통해 자신이 설립·운영한 학교법인의 회계에 대해 보고 받고, 각 학교별 교비·차명통장을 관리했다. 교비 입출금 방식 등에 비춰보면 어느 한 대학에서 출금한 교비가 최종 어디로 흘러갔는지 종착지를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서남·신경학원 산하 대학들도 이씨의 교비 횡령 범행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씨가 횡령한 각 대학 교비는 모두 현금 인출 또는 자금 세탁 등을 통해 비자금으로 섞여졌을 것으로 광양보건대 횡령 교비가 그대로 피고 측인 다른 두 대학으로 입금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씨가 교비·자금을 횡령한 뒤 임의 처분한 결과일 뿐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서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도 서남·신경학원 산하 대학 총장들은 각 교내 횡령 범행에 가담한 사실만 인정됐을 뿐, 원고 측 광양보건대 횡령에 가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 측 손해와 피고들의 이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두 학교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비리 사학인 이홍하씨는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벌금 90억원 중 54억원은 납부했고, 나머지는 노역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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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