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
피고인 "잘못된 행동 막기 위해…뼈저리게 후회한다"
지적장애 자녀를 성교육하는 과정에서 추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친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홍은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50대)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도 내려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25일께 제주시 소재 주거지에서 지적장애인 딸 B(10대)양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양을 컴퓨터 앞에 데려가 성인 동영상을 재생한 뒤 '나중에 남자를 만나게 되면 이런 식으로 널 만지게 된다'고 말하며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약 15년 전 이혼한 A씨는 B양을 형제에게 맡기고 생활비 등을 지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최근 B양이 휴대전화 채팅앱을 통해 불상의 남성들에게 수 개월 간 자신의 신체 사진을 전송한 정황을 발견했다. 해당 사진들은 온라인에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성교육을 하고자 성인 동영상을 틀었고,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던 B양이 혹시라도 온라인에서 알게 된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지게 될까 봐 교육한 것이지 추행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에 자녀의 신체 사진이 노출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B양에게 (채팅을)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수 차례 했지만 듣질 않았다. 어떻게든 잘못된 행동을 막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나쁜 아빠가 될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것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자녀보호 프로그램을 깔아줘서 알게 됐다. B양의 휴대폰에서 차단된 사이트가 제 휴대폰에 수시로 떴다. 일을 하고 있는 시간에도 수 차례 울렸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A씨)으로서는 가족이 B양을 대신 키워주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더 큰 짐을 주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잘못된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해 이 사건을 저지르게 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피고인은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피고인 조차 성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는 피해자(B양) 측 변호인이 출석해 "금전이 오간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B양)와 합의가 이뤄졌다"며 "B양의 경우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이 구속을 면하고 석방됐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분명함을 확인했다"며 "범행 경위가 워낙 독특해서 재판부가 피해자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필요할 까봐 B양이 방청석에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 신상정보공개고지 및 취업제한 명령 등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부적절한 행위를 해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범행을 깊이 반성하는 점, 성교육 과정에서 범행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악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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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