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혐의…檢 글로벌 투자은행·자산운용사 기소

투자은행, 2만5000회 걸쳐 183억원 편취
자산운용사, 무차입 공매도로 35억 편취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공매도해 183억원 상당을 주문한 글로벌 투자은행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외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은 전날(1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공매도의 제한)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 A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전날 외국계 자산운용사 B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C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법인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만5000회에 걸쳐 183억원 상당의 국내 주식 총 57만3884주를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무차입 공매도는 미리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매도를 한 뒤 결제일이 오기 전 매도한 증권을 빌려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자본시장법 180조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으로 공매도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법인 소속 트레이더는 법인 전체의 주식 잔고가 부족한 것을 통지받으면서도 공매도 범행을 반복해왔다. A법인은 이 과정에서 트레이더의 범행을 방치해 양벌규정을 적용받아 기소됐다. 양벌규정은 범행 행위자뿐 아니라 관계된 법인 등에도 형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트레이더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지난 2019년 오전 미공개된 SK하이닉스 주식의 블록딜 매수 제안을 받고 가격을 하락시킬 목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혐의를 받는다.

블록딜은 주식의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놓은 후 장이 끝난 후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거래 규모가 커 장외에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미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인하(8만900원→8만100원)하고 블록딜 매수 때 인하된 가격(7만8500원→7만7100원)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C씨는 무차입 공매도로 35억 6800만원을 편취했다.

검찰은 B법인이 C씨의 매도스왑 등을 감독하지 못했고 내부 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불법 공매도를 비롯해 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훼손하는 금융·증권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