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절벽 위 공사, 산사태 사망 일으켜…건설업자 집유

주택 건설 사업 과정에서 설계 도면과 달리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주민을 숨지게 한 건설업자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동욱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산지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건설업자 A(70)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져 각기 벌금 1000만원과 벌금 700만원을 받은 토목설계사 B(31)씨와 B씨가 속한 토목 설계업체에 대한 검사 항소도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7월6일 전남 광양시 진산면 한 마을 인근 주택 공사 현장에서 마을 뒤편의 산봉우리를 절토하고 석축을 쌓는 방법으로 신축 토목 공사를 진행하던 중 안전 조치 의무를 게을리 해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주민(79·여)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 등은 A씨 업체 대신 산지 전용허가 신청 과정에서 공사현장의 평균 경사도 등을 조작, 이에 속은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전용 허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설계도면에 따라 기초 콘크리트를 시공, 석축을 쌓고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폭우가 내리더라도 빗물이 원활히 빠지도록 안전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설계 도면과 달리 석축 하부에 기초 콘크리트를 설치하지 않고 석축 뒤편에 뒤채움 잡석도 채워 넣지 않았다. 임시 배수로 등 배수처리시설과 방수포도 설치하지 않았다.

광양시 개발 허가 담당 공무원이 산사태 우려를 전하며 안전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이행하지도 않았다.

결국 사고 당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석축 지반 강도가 약해진데다가, 지반에 스며든 빗물이 배수되지 않으면서 붕괴된 토사가 민가를 덮쳐 사망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설계 도면대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고 적절한 배수 조치를 하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심 판결 이후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실질적 건축주로 서 신속한 업무처리를 독촉하며 B씨를 질책하긴 했으나 평균경사도 조작 등 구체적인 업무 방향을 지시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와 B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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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