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태권도 선수 폭행 고교, '꼬리자르기'식 새 코치 공고 논란

A고, 도교육청 '둔기 폭행' 사안 당일 보고
가해 코치, 같은 날 징계 없이 사직서 수리
8일 뒤 채용 공고…재발 방지 대책 등 부실

제주 모 고교 태권도부 둔기 폭행 사건 당일 학교 측이 관련 사안을 기관에 보고함과 동시에 가해자인 코치를 사직 처리(의원면직)한 데 이어 '새로운 코치'를 모집하고 있다.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선수의 치료·보호 방안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사건 축소·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 A고등학교는 지난달 24일자로 학생들에게 매질을 한 코치 B씨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A고는 이날 제주도교육청에 지도자(B씨)에 의한 둔기 폭행 사안을 알렸다.

도교육청은 다음 날인 25일부터 학생운동부 관리부서와 피해 학생 치료·보호 부서를 통해 실태 조사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 피해 학생과 목격자 진술서 등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A고 측이 B씨가 사직 전 제출한 경위서 등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B씨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기관에 소속된 학생운동부 지도자의 금품수수·폭행·입학비리 등 비위 행위 적발 시 그 종류와 정도에 따라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의 신분상 조치가 내려진다. B씨는 '스스로 그만 둔 것(의원면직)'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교육기관의 징계를 받지 않게 됐다.

B씨에 대한 징계의결권은 임용권자인 A고 교장 C씨에게 있다.

B씨처럼 학생운동부 지도자를 관할하는 학교체육진흥법 제12조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운동부지도자의 부적절한 행위를 확인했을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심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고 학칙 및 제규정집 '예술·체육·건강부 관리 규정' 제9조(조사 및 구제)를 보면 '학교장은 고충신고 등이 통보되거나 직접 인지한 폭력행위 등의 사실을 당해 학생선수보호위원회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구타 등을 한 지도자에 대한 징계로 ▲폭력행위의 정도 ▲징계혐의자의 소행 ▲근무태도 ▲공적 등을 참작해 견책, 계약해지(면직)를 의결한다고 돼 있다.

학생선수보호위원회는 가동되지 않았다. 대신 학교 측은 24일자 학부모 간담회에서 B씨가 사직 처리됐다고 알렸다.

학교 안팎으로 B씨에 대한 인사 처리 지침이 마련돼 있으나 아무런 절차 없이 '사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 측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의 경우 개별적으로 스포츠윤리센터 등 외부기관을 알아보며 자녀의 심리 상담과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A고는 지난 1일자로 '2024학년도 잔여기간 A고 운동부지도자(코치) 선발계획 공고'를 냈다. B씨 사직이 이뤄진지 8일 만이다. A고는 5일부터 8일까지 모집 기간을 두고 14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A고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교육공무원이 아닌 기간제근로자격인 코치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면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본인(B씨)이 가해 사실을 모두 인정한 상태이고, 피해 학생들과의 교내 분리조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안을 인지한 유관기관에 보고했으며 학부모 회의를 진행하고 피해자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사건이 벌어진 체육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코치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학생 측에서 훈련을 원하기도 했고, 내년도 대회 준비를 위해 새로운 코치를 선임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좀 더 강화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A고를 그만 둔 B씨는 현 시점 기준 학생운동부 지도자 자격이 유지되고 있다. 지도자 자격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와 경찰 조사 모두 진행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스포츠윤리센터 '징계정보시스템' 등록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지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제주도교육청 학생운동부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코치가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 학교에 머무르게 되면 피해자들과 마주칠 수 있다. 그 기간 인건비도 나가기 때문에 사직 처리가 어쩌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내 학생 운동 지도자는 정원이 꽉 차 있는 상태다. (B씨가) 타 지역에서 지도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 의결이 확정되는 대로 지도자 자격이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A고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토록 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해 학생 보호 부서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마련한 보호 방안이 아닌 도교육청 차원에서 유관기관과 연락해 정신적·신체적 치료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양한 상담, 치료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학부모 측에서 요청이 온 다면 긴밀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9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축소 또는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2017년 광주지법 제2행정부는 학생 운동부 선수들에 대한 폭행 등의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코치의 사직서만 받아 처리한 모 고등학교 교장에게 내려진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 교장 측의 행정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운동부 코치의 선수 폭행·폭언·인격모독 등의 사실을 철저한 조사과정 없이 학부형들에게 해고를 전달, 의원면직 처리함으로써 차후 다른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하는 등 교장으로서의 책무(성실의무 위반)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B씨는 지난달 14일부터 19일까지 A고 체육관에서 태권도부 선수들끼리 겨루기 시합을 시킨 뒤 패배한 선수들을 상대로 둔기를 이용해 3~5대씩 폭행했다. 당시 한 피해 선수는 허벅지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B씨를 특수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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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