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전두환 공원', 명칭 변경·관련법 제정해야"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국회 청원 게시
"중대 범죄자 기리는 기념물 조성 불가토록 법 제정을"

'5·18 내란수괴' 전두환의 고향 경남 합천군에 조성된 일해(日海)공원의 명칭 변경과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회 청원이 등록됐다.



1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운동본부)가 게시한 청원은 '내란수괴' 전두환의 아호를 따 지어진 합천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 촉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청원글을 통해 "전두환 정권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최악의 정권"이라며 "전씨는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죄과에 대해 밝히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의 죽음은 평범한 한 자연인으로서 기억되기보다 범죄와 독재를 비판해야하지만 일해공원에서는 전씨의 분향소가 차려지는 등 미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 합천의 일해공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아직도 오월의 상흔이 채 치유되지 않았음에도 생채기를 내는 일이 허다하지만 그 막장은 전두환 공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전국의 자치단체가 자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역사를 더 굴곡지게 하는 일을 벌이지 않도록 법률을 제정해달라"며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사법부의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 기념사업과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관련 법률을 제정해 일해공원 폐지에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가 올린 청원의 동의 수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793명이다.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청원은 5만 명의 동의를 받을 경우 국민 동의 요건을 달성한다.

운동본부는 합천군 내 전두환 미화 시도를 막고 흔적을 지우기 위한 관련 행동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4년 합천군 합천읍에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이 2007년 일해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자 이에 반발한 군민들이 모인 것이 시작이다.

2021년 정식으로 출범한 단체는 그해 12월 주민 1500명의 동의를 받아 합천군에 명칭 변경 주민청원을 발의했다. 이듬해인 2022년부터는 매년 5월 18일 오후 일해공원에서 5·18 기념 행사를 자체적으로 열고 있다.

하지만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은 지역 정서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민청원 발의 이듬해인 2022년 합천군이 주재하는 지명위원회가 두차례 열렸으나 결정이 모두 보류됐다. 지난해 6월에서야 지명위원회의 결정이 났지만 이마저도 일해공원 지명 변경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결국 지역민들에게 공이 넘어갔지만 이후로 현재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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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