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동료에게 한 "피임에 신경써야 한다"는 발언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해 내린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직원 A(여)씨가 전당장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A씨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전당이 지난해 2월 A씨에게 내린 '불문 경고' 처분이 위법, 취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2022년 4월 동료 직원 B씨가 남자친구와의 결혼 시점을 미루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임신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서두를 목적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 피임에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내부 고충심의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고, A씨에 대해 '견책' 징계 의결이 내려졌다. 소청 절차를 거쳐 '불문 경고'로 감경된 A씨는 이번 행정 소송을 냈다.
앞선 1심은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하나, '피임' 관련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결혼·출산·육아·휴직 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A씨가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에서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성희롱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1심 판결에 대해 전당 측은 "'피임'이라는 단어는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인 성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피해자가 듣기에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피해자는 '실제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언행이 있었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등을 막론하고 그 언행 자체가 항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므로 피고 전당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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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