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판매 성분 상이해도 범죄 행위 아냐"
"검찰 안전성 관련 객관적 자료 제출 안해"
"미국 안전성 검토…한국 수년간 형사재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0년 기소 이후 4년10개월 만에 1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명예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지 품목허가 시험검사 서류상에 기재된 성분과 실제 제조·판매된 성분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품목허가 받지 않은 거라 평가하고 범죄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보사는 품목허가 과정에서 실제 시험과 동일한 제품으로 사후적 변경이 이뤄진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30일 이후로 봐야 한다"며 "2019년까지 판매한 인보사를 품목허가 때와 다른 의약품으로 단정하고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환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인보사 투약으로 인한 안전성 우려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성 문제에 대해 검사가 객관적 자료를 제출한 바 없고 과학적 관점에서도 안전성 우려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보고 있으나 국제회계처리기준에 따르면 구체적 회계처리 제시보다는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도록 기본과 방법을 제시하는 원칙론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불법행위가 명백히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2019년 이미 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바 있으므로 면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9년 인보사 사태 당시 파장이 컸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사후 판매를 중단시키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치와 진행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액 세포 기원 착오의 원인이 무엇인지, 안전성 우려는 없는지, 과학적 검토를 통해 우려를 했다고 보고 자국민을 위한 임상 3상 개시를 승인했다"며 "반면 한국은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한 후 처분 다투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고 임원진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년에 걸쳐 막대한 소송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과학적·사법적 통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 명예회장은 무죄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이 명예회장은 품목 허가를 받은 성분이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인보사를 제조 및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명예회장이 2017년 11월~2019년 3월 인보사 2액을 국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제조·판매하고,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평소 인보사를 '넷째 자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가졌던 이 명예회장이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이를 사전에 숨겼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또 이 명예회장은 2액 세포 성분, 미국 임상 중단, 차명주식 보유 사실 등을 허위로 설명하거나 은폐,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시킨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는다.
아울러 2011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국내 임상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임상책임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40억원 상당을 부여한 후 2017년 4월 주식을 무상으로 교부한 혐의도 있다.
이 외에도 2015년 11월~2016년 5월 코오롱생명과학 차명주식 매도에 따른 대주주 양도소득세 세원이 드러나지 않게 할 목적 등으로,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약 77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입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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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