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5·18 정신 정면 부정…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5·18 단체, 44년 전 악몽 떠올리며 성토…"헌법 수호"

 44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불법적 비상계엄 내란 범죄에 맞섰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은 21세기에 되풀이된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에 "5·18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비상계엄령 선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윤 대통령이 국민적 동의와 정당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적 가치를 심각히 훼손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5·18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로서 이번 비상계엄령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계엄령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발동돼야 하며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적용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계엄령 선포는 명백히 헌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독단적 행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5·18이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국민과 연대해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도 44년 전 악몽을 떠올리면서 윤 정권을 비판, 관련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조규연 부상자회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비상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돼 다행이지만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는 역사가 우려스럽다"고 분노했다. 윤남식 공로자회장도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는 이런 일이 또 반복됐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윤 대통령과 계엄포고령을 내린 계엄사령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경위로 일을 진행한 만큼 내란죄가 적용된다. 이들을 즉각 구속해 관련법 위반 혐의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23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야권의 지속되는 정부 각료 탄핵과 단독 입법, 내년도 예산안 단독 감액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의 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초유의 사태다.

이후 계엄사령부 명의의 사회 통제 내용이 담긴 계엄포고령도 내려지자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상정, 이날 오전 1시2분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6분께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광주시민사회는 이날 오전 9시 옛전남도청 앞인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를 연다. 대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후속 대처를 지적하는 각계각층의 성토가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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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